금융 금융일반

[현장클릭] '鷄肋(계륵)' 성동조선, 채권단 '각자도생'

이승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8 17:02

수정 2015.05.28 22:03

[현장클릭] '鷄肋(계륵)' 성동조선, 채권단 '각자도생'

'주채권은행, 정체성, 트라우마.' 세 단어의 조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성동조선해양에 3000억원을 단독 지원키로 한 수출입은행(수은)의 결단을 이해하는 데 길잡이가 되는 키워드다. 최근 신규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고 있는 성동조선 주요채권기관들에 대한 금융권의 관전평이 위 세 단어로 요약·정리된다.

6년째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은 반복적으로 자금 지원을 요청해 왔다. 지난 2011년에는 채권기관인 국민은행이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나섰지만 재실사를 거치면서 어렵게 자금을 지원 받았다. 최근 또다시 성동조선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에는 무역보험공사와 우리은행의 반대로 4200억원의 추가자금 지원안이 부결됐다.

지난 26일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行)이 점쳐지자 수출입은행은 부랴부랴 '단독 지원 카드'를 꺼냈다. 수은은 성동조선에 대한 추가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수은은 성동조선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는 주채권은행이다. 성동조선에 대한 채권단 자금 지원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한 실사도 전담하고 있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해질 경우 책임론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가장 큰 재무적 손실을 입는 금융기관이다.

채권단 관계자 A씨는 "지난 몇년동안 계속 수은은 성동조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데 애를 써왔다"며 "주채권은행인 수은이 이제 와서 발을 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시중 은행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과제다. 우리은행은 정부 지분이 절반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준국책은행 역할을 해왔다는 불만이 내부에 파다하다. 민간은행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부실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털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 B씨는 "우리은행은 현재 소위 공적은행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며 "민영화를 앞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수은과 같이 또다시 성동조선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내부 반발이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무보는 심지어 성동조선 채권단에서 빠지기로 결정했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모뉴엘 사태로 인해 무보가 정책자금 지원에 극도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 관측이다. 지난해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무보의 수출신용보증서를 담보로 신규 대출가능한 규모가 전년 동기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단 관계자는 C씨는 "무보는 모뉴엘 사태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부실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자금지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자금 회수에 자신이 없는 상황에서 수은과 같이 성동조선에 신규자금을 주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조선에 대한 채권비율은 수출입은행 51.4%, 무역보험공사 20.39%, 우리은행 17.01% 순이다.
세 기관의 합이 91.5%로 채권단 의결기준인 75%를 한참 웃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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