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선진화 가로막는 국회선진화법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8 17:07

수정 2015.05.28 17:07

[여의나루] 선진화 가로막는 국회선진화법

정부는 현재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등 수많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과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많은 대책이 국회에서 입법화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호텔 신축 규제를 완화하는 법, 의료관광객 유치 확대를 위한 의료법,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고자 하는 주택도시 관련 법 등 많은 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와 같이 국회가 중요한 법안에 대한 결정을 미루면서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있다. 정부가 여당과 협의해 발표한 정책이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짐에 따라 기업은 국회 심의가 끝날 때까지 관련 기업활동을 보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결정적 이유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원 60%의 찬성이 없으면 법안을 여당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했다. 과거 예로 보면 여당이 국회 의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사실상 야당이 반대하는 법안은 통과될 수 없다. 국민이 어떤 정당에 과반수 의석을 주었다 하더라도 여당은 선진화법으로 인해 국정을 책임지고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국회선진화법 시행으로 물리적 싸움은 없어졌다. 결과적으로 국회는 동물국회(?)는 면했으나 식물국회(?)가 되었다.

국회에서 몸싸움은 여당이 표결을 강행하려 하고 야당은 이를 반대할 때 발생한다. 충분히 토론한 후 결론이 안 나면 표결하는 것이 순리다. 일반 국민은 일상생활에서 무슨 문제에 대해 토론한 후 결론이 안 나면 다수결로 결정한다.

과거 민주적 정통성이 미약한 정부·여당이 표결을 밀어붙일 때는 이를 폭력으로 저지하는 야당이 때로는 나름대로의 정당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여당이 표결하려는 것을 야당이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

유권자가 어느 정부에 정권을 맡긴 경우 그 정권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라고 위임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소신껏 국정운영을 하고 유권자는 그 결과에 대해 선거를 통해 심판하면 될 것이다.

선진화법이 없어지면 국회에서 몸싸움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우선 정치인들이 소통과 타협으로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여야에 대한 양비(兩非)론을 지양해야 한다. 국민이 누가 잘못했는지 가리지 않고 무조건 여야 모두 나쁘다고 비난하는 한 몸싸움은 없어지기 어렵다. 통상 몸싸움은 표결을 저지하는 야당으로부터 초래되는데 국민이 표결에 부치고자 하는 여당도 지도력이 없다고 함께 비난하면 그로 인한 정치적 부담은 여당이 더 크기 때문이다. 야당보다 여당의 부담이 크다면 야당은 시비를 마다할 리 없다.

선진국의 경우 몸싸움이 없는 것은 유권자가 시시비비를 가려서 야당이 표결을 반대해 몸싸움이 촉발되었다면 그와 같은 행위를 한 야당이 비판받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소수 의견도 존중돼야 하고 때로는 타협도 필요하다. 그러나 다수 의견은 더 존중돼야 한다. 소수의 고집으로 다수의 의견이 묵살되고 그로 인해 국정이 표류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이 안게 된다.

야당도 언젠가는 여당이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경쟁 속에서 현재와 같은 식물국회식 운영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선진화를 위해 국회선진화법은 없어져야 한다.
보편적 민주절차인 다수결 원칙이 우리나라 국회에서만 왜 적용이 안 되는가? 경제활성화 등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시기에 더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