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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당정청 조정력 실종 이대론 안된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5.29 15:29

수정 2015.05.29 15:29

[여의도에서] 당정청 조정력 실종 이대론 안된다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부여한 국회법개정안이 29일 새벽 전격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시끄럽다.

당장 청와대는 "헌법상 권력 분립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친정'인 여권 수뇌부는 "삼권분립 훼손은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유권해석'에 반발했다.

야권은 '느긋하게' 당청 간 집안싸움을 구경하면서 현 정부가 의료법, 노동시장 구조개선 등에 있어 과도한 행정권을 남용해온 만큼 이를 바로잡는 과정이라고 '보란 듯이' 훈계했다.

집권 3년차를 맞아 본격적 국정성과를 내야 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겐 국정운영에 또 다른 '암초'가 등장한 셈이다.

얼핏 보면 부정부패 척결과 적폐 해소의 시발점을 정치·사회 개혁으로 삼으려는 청와대를 향해 정치권이 '암묵적 공조' 속에 보기 좋게 '어퍼컷'을 날린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이번에도 당정청 간 거중조정은 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 5월 2일 공무원연금 개혁안 여야 합의 시 소득대체율 50% 인상 문구를 놓고 당청 간 엇박자가 노출됐었다. 당시 여당은 청와대가 미리 협상 과정을 알면서도 뒤늦게 여권이 국민 부담을 외면한 채 밀실합의를 한 것처럼 매도했다고 발끈했다.

이후 당청 갈등은 수그러든 것 같지만 '앙금'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당청이 충돌했다. 여당은 물론 야권까지 "청와대가 헌법을 잘 모르고 있고, 삼권분립 훼손은 없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물론 야당과의 협상 키를 쥔 여당으로선 '교과서적' 합의는 힘들다. '주고받기 식' 비합리적 관행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생산적 합의'로 둔갑하고 있는 현실에서 여권 수뇌부로서도 핵심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과의 협상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개혁과제 1호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어렵사리 통과시킨 여권으로선 청와대로부터 '위로와 격려'를 기대했건만 '위헌 소지가 다분한 개악법안 처리에 동조한 정파'쯤으로 전락한 데 대한 배신감도 컸을 게다.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공무원연금 협상 과정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당정청 간 조율사 역할을 하는 청와대 정무수석이 장기간 공석인 점도 원활한 3각체제가 가동되지 않게 된 요인이다.

야당과의 '밀당식' 협상이 요구되는 주요 현안에 대해 일일이 당정청 간 의견조율을 거치는 것도 협상의 전권을 쥔 여권 수뇌부의 의사결정을 느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법안이 국민생활이나 국정운영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절묘한' 해법을 찾는 수고스러움은 당연히 당과 청와대가 할 일이다.

개혁과제 1호 국회 처리라는 결과물을 어렵게 이끌어낸 데 대해 위로는커녕 비판을 받은 여당, 개혁과제 1호 처리라는 성과를 손에 쥐었지만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청와대로선 '명분'과 '실리' 면에서 서로가 윈윈 해법을 찾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경우 자칫 정치적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박 대통령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카드다.
이미 국회 재적의원(298명)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찬성표가 거부권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장고 끝에 내정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앞둔 상황도 박 대통령의 '선택지'를 좁게 한다.


여당과 청와대가 더 이상 국정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줄이고 집권 3년차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단일대오' 구성을 향해 '묘수 찾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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