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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식 칼럼] 선상 오픈카지노, 통 크게 보자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1 16:41

수정 2015.06.01 16:41

서비스업 혁신의 시금석.. '4인4색' 배가 산으로 갈판

[정훈식 칼럼] 선상 오픈카지노, 통 크게 보자

정부가 올해 중 한두 곳에 크루즈선사 면허를 내주고 이르면 내년 초에는 태극기를 단 크루즈선을 띄울 계획이라고 한다. 국적 크루즈선은 일단 여름에는 부산∼속초∼블라디보스토크∼일본 노선, 겨울엔 부산∼제주∼상하이∼동남아 노선을 유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크루즈선이 뜨기도 전에 대단한 암초를 만났다. 크루즈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입장 허용, 이른바 오픈카지노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 때문이다. 오픈카지노는 사실상 민간 투자유치의 핵심 요인이어서 크루즈산업 활성화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그만큼 오픈카지노 문제는 복잡하다.
중앙 부처, 지자체 등이 이해에 따라 오픈카지노에 대해 4인4색의 목소리를 낸다.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정부 내에서 크루즈산업 육성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안은 해양수산부는 찬성, 사행성 산업을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카지노 입장에 독점권을 가진 강원도(강원랜드)는 강력 반대, 복합리조트 카지노 수혜를 얻은 인천시는 조건부 반대, 부산 등 나머지 관광대도시는 적극 찬성이다. 국민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저마다 그럴싸한 이유도 다 있다.

선상 오픈카지노 논란에 불을 댕긴 사람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유 장관은 지난 4월 초 크루즈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으면서 "내국인에게도 선상 카지노를 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화두를 던졌다. 그는 그 후로 선상 오픈카지노 정책에 총대를 멨다. 유 장관이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이렇게 정공법을 택한 것은 선상 오픈카지노가 민간의 사업참여를 위한 핵심적인 유인책이기 때문이다.

카지노가 관광수지 개선 등에 기여한다는 건 싱가포르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이 나라는 대규모 복합리조트 사업을 펼치며 관광·오락부문 수입이 4년 새 27배로 늘어 2013년 기준 54억7100만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관광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분의 1에서 4분의 1로 성장했다. 그 저변에는 카지노, 특히 내국인에도 입장을 허용하는 오픈카지노 정책이 주효했다. 크루즈선은 이에는 못 미치지만 카지노 비중이 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외국 크루즈선사의 매출 구조는 운임이 7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카지노는 15%로 선내관광 및 기항지 관광(15%)과 비중이 같다. 운임을 뺀 전체 관광 지출비중의 절반이 카지노 수입인 셈이다.

더구나 국적 크루즈선은 내국인 이용률이 높다. 그런 만큼 국적 크루즈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입장을 가로막는다면 크루즈선 운영사로선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 국적 크루즈선 카지노에는 내·외국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내국인 이용을 금지할 경우 국적 크루즈선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더욱 약화된다. 이렇게 되면 국적 크루즈사업에 민간을 끌어들이는 게 어렵게 되고 결국 크루즈산업 육성 정책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크루즈산업 육성은 서비스산업 발전과 경제활성화라는 거시적 정책이다. 그 배경은 무한한 성장잠재력과 서비스 혁신이다. 유럽연합 산하 세계관광협회는 크루즈산업을 21세기 최고의 관광상품으로 꼽았다. 실제로 근래 들어 크루즈산업의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2008년까지만 해도 43만명 수준이던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은 2013년 137만명으로 늘었다. 2020년엔 7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해수부는 2020년엔 국내 크루즈 시장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전망을 토대로 정부는 올해초 경제 살리기를 위한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 차원에서 2020년까지 크루즈 관광객 300만명을 유치해 양질의 청년일자리 1만2000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여기에는 고용과 수출, 내수 등 모든 게 담겨 있다. 크루즈산업은 한국 미래의 시금석이라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선상 오픈카지노 문제를 통 크게 멀리 보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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