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백신·치료제 개발, 제약사만 바라볼텐가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4 17:02

수정 2015.06.04 17:02

[데스크 칼럼] 백신·치료제 개발, 제약사만 바라볼텐가

요즘 잇따라 창궐하는 변종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전염병을 보면 지구촌은 하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별로 반갑지는 않지만. 21세기 들어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질병이 지구촌 곳곳에서 창궐하면서 인간의 생명을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1918년 수천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스페인독감도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바이러스는 생명체에 붙으면 계속해서 분열을 일으키고 세포를 파괴해 감염병을 일으키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2002년 11월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발생해 홍콩을 거쳐 세계로 확산된 사스는 갑작스러운 발열, 기침, 호흡곤란 증상을 보인 후 폐렴으로 진행돼 목숨을 앗아가기도 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당시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괴질'로 불렸다.
국립보건원은 '괴질'이라는 용어가 국민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준다고 판단, SARS의 외래어 표기법을 따라 '사스'로 이름 지었다. 사스가 잠잠해지자 에볼라 바이러스가 바통을 이었다. 2014년 3월 기니에서 발열, 구토, 심한 설사 환자에게서 에볼라 바이러스병이 확인됐다. 사망률이 약 60%에 이르는 중증 감염병이다. 실제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하면서 수천명이 사망했다.

에볼라가 잠잠해지자 이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우리나라를 덮쳤다. 초기 보건당국의 안일한 대처와 의료기관 간 공조가 되지 않으면서 골든타임을 놓쳐 국민은 더 불안에 떨었다.

이런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질병이 유행하면 아까운 인간의 생명을 잃는 것은 물론 정확히 계산이 안 될 정도의 천문학적 사회경제적 비용이 낭비된다. 메르스로 인해 이미 한국을 찾으려던 수천명의 외국인 관광이 취소됐고 5∼6월 가장 활발한 야외활동 시즌에 여행, 숙박, 음식점 등 관련산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신뢰도에도 치명적 흠집이 났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도 사스, 에볼라, 메르스 같은 변종 바이러스에 의한 신종 질병은 계속해서 나타나고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작년 에볼라 사태 이후 62억달러에 달하는 에볼라예방기금을 마련하고 이 중 20억달러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쏟아부었다. 변종 바이러스에 다소 둔감했던 우리는 지난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유행을 계기로 백신 개발이 활기를 띠었다. 당시 약 10%에 불과하던 백신 자급률은 국내 일부 제약사가 백신 개발과 생산에 나서면서 꽤 성과를 얻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신종 질병에 대한 투자와 연구는 선진국에 비해 미흡하다. 감염병 대응.관리 등과 관련된 연구개발(R&D) 예산은 300억원가량으로, 전체 보건의료 관련 R&D예산의 4% 선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신종 질병 발생 시 피해비용의 극히 일부만 있어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경제성 때문에 적극적이지 못하다. 정부출연기관들은 연구비를 타기 위해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결국 에볼라, 메르스 등 신종 질병에 대응키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하고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기존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있지만 새롭게 생기는 변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무용지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모든 변종 바이러스에 효과를 낼 수 있는 슈퍼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 보건당국도 이번 메르스 사태를 슈퍼백신과 치료제 개발로 이끄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cha1046@fnnews.com 차석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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