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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상가 권리금 보호, 분쟁의 불씨부터 없애야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5 16:22

수정 2015.06.05 16:24

[여의도에서] 상가 권리금 보호, 분쟁의 불씨부터 없애야

상가시장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권리금'이 우여곡절 속에 국회를 통과했다. 권리금 법제화는 영업 노하우를 비롯해 시설비, 입지에 따른 이점, 단골 고객수 등을 금전적 가치로 환산, 제도권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상인들에게 최소한 법적 이익을 보장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목적에도 당초 치밀하지 못한 국회 논의 과정 및 정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분쟁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국 250여곳에 이르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대표적인 맹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백화점 및 대형마트는 입점 상인과 업체 간에 권리금 수수 관행이 없어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 점포라는 개념을 법률에 명시해 보호대상에서 제외했다. 국회 논의과정에서 대규모 점포(매장 면적 3000㎡ 이상)에 일부 전통시장이 포함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또 정부가 약속한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조항은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이 위원회가 제외됨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세입자는 장기간 소송으로 금전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서 하나의 숨은 변수가 있다. 바로 권리금에 대한 과세다. 상가 세입자 입장에서는 권리금을 보호받게 됐지만 무형자산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세금 폭탄'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다운 권리금 계약서'나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가권리금 법제화로 전국적으로 약 120만 상인이 권리금을 보호받아 표준계약서 작성 대상자 120만명의 권리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권리금 계약서 작성은 필수사항이 아니고 작성된 계약서 제출 등 과정은 없지만 음성화됐던 권리금이 거래 과정에서 투명화되면 세금 징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필요경비로 처리된 금액이 300만원이 넘을 경우 일반종합소득세에 합산돼 세금이 부과된다. 누진세가 적용되는 종합소득세는 소득 구간에 따라 6~38%의 세율이 적용돼 경우에 따라 임차인이 세금 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세율을 적용해 기타소득에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임시적인 과세일 뿐 필요경비를 제외한 과세기준이 300만원 이상이면 무조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권리금을 포함한 연소득이 4600만원이 넘으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정부가 추산한 상가권리금 평균액은 약 2748만원으로 전국적으로는 약 33조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1조5000억원 상당의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정부는 상가임대차 권리금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논란이 발생해 제보가 접수될 경우 세금 부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세금 추징에 대해 논의해 보지 않았다. 표준계약서 작성은 권고사항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임차인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권리금 법제화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자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권리금 법제화의 취지와 시행이 자칫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법의 보호에서 배제된 전통시장 상인, 논의과정에서 빠진 분쟁조정위원회, 세금 폭탄 우려 등이 '맹점' '불씨'로 남아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을 서로 배려하면서 상생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권고에 앞서 정부는 향후 시행과정에서 예상되는 분쟁의 불씨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pio@fnnews.com 박인옥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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