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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의 '야성적 충동' 풀어내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05 16:22

수정 2015.06.05 16:24

[세계 석학에 듣는다] 중국의 '야성적 충동' 풀어내기

중국인민은행은 반년간 세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기업과 지방정부의 채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중국인민은행의 통화완화는 신규대출 수요를 끌어올리는 데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신 중국 증시의 주가 급등을 촉발했다. 금리인하가 아주 좋은 처방이었느냐 하는 의문이 남는다.

중국 경제가 매우 빠르게 기어 변속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식 통계는 구식 제조업·건축 기반 경제의 실질 성장이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 순익 감소, 파산 증가, 가난한 도시·성의 악성부채(NPL) 증가로 알 수 있다. 부패, 과잉설비, 과도한 지방정부 부채, 오염에 제동을 거는 정부 정책은 투자, 소비, 정부가 약속한 성장률 목표 달성에 하강압력으로 작용한다.

중앙정부의 예산 제약 강화 속에 지방정부와 국영기업(SOE)들은 투자 지출을 줄였고 이제는 과도하게 신중해졌다. 단기적으로 이 같은 구조조정은 더 확장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만들어내려는 당국의 노력에도 지역적인 대차대조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대조적으로 민간부문은 최근 정부 개혁에 힘입어 2014년 3월 이후 기업등록이 54% 급증하는 등 열기를 내뿜고 있다. 혁신 증가와 서비스 부문 확대에 힘입어 중국의 역할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업 플랫폼이 주도하는 중국 고유의 사물인터넷(IoT) 개발로 확장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개설된 주식거래 계좌는 1430만개에 육박한다. 또 중국인민은행의 금리인하는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와 함께 주가 상승 불쏘시개가 됐고 상하이, 선전, 차이넥스트 주가지수는 2013년 1월 이후 각각 95%, 198%, 383% 올랐다.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은 2012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44%에서 올 5월 초 94%로 성장했다.

이는 긍정, 부정 양 측면에서 중요한 잠재적 의미를 갖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저금리 환경에서 중국 주식시장 회복이 부동산과 예금에서 자산배분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저축―GDP의 절반에 육박하는―의 약 50%가 부동산, 20%는 예금, 11%는 주식, 12%는 채권에 분산돼 있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보험, 연금이 각각 전체 저축(GDP에서 소비되지 않고 남은 부분)의 20%를 차지하고 예금은 7.4%, 주식은 21%, 채권은 33% 비중을 갖고 있다.

증시 시가총액 증가는 실물경제의 은행 의존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은 2013년 말 현재 주식과 채권이 각각 GDP의 133%, 205%를 차지하며 중국보다 훨씬 더 '금융화'돼 있다. 중국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35%, 43%에 불과하다. 반면 중국의 은행 자산은 GDP의 215%로 95% 수준인 미국의 배를 넘는다.

또 중국의 주가 급등은 순자산을 18개월 만에 GDP의 57%에 맞먹는 37조위안 늘렸다. 주가가 유지된다면 주가 급등이 소비, 유동성, 레버리지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다. 영리한 가계와 기업이라면 이를 통해 이득을 얻고 빚을 줄이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민간기업과 국영기업 모두 신규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 호황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급속한 주가 오름세는 상당한 위험도 수반한다. 즉 금융부문이 신규 유동성을 더 투기적인 곳에 투입해 자산 거품을 만드는 한편 초과설비 상태의 낡은 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 이는 2008~2009년에 일어났다. 상하이 주가지수 급등(2007년 10월 6092를 찍었다)은 정부의 4조위안 규모 부양책과 더해져 전통산업의 과잉설비를 지속시켰다. 신용 대부분은 부동산과 지방 인프라 계획에 흘러들었다.
중국 경제의 최대 문제가 크게 악화됐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해 보지만 중국 개미 투자자들이 혁신적인 벤처에 대한 투자를 시작한다고 해도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체나 산업을 찾아내는 건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당국이 아닌 야성적 충동의 인도가 있어야 중국은 미래 경쟁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경제를 건설할 수 있다.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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