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메르스와 사투 벌이는 병원을 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0 17:47

수정 2015.06.10 22:03

방호복 입고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일반 병실은 '텅텅'
입구서 일반인 엄격 통제 신원 일일이 확인후 소독 음압장치로 세균 못나와 방호복은 한번 입고 버려 확진환자 "살 수 있나" 의료진에 문의 잇따라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신내로 서울의료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음압격리병실 내 메르스 확진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10일 오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노출자 진료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신내로 서울의료원에서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이 음압격리병실 내 메르스 확진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 서울·수원=신아람 장충식 기자】 "여기서 무너지면 서울시민 전체가 메르스에 노출된다. 우리가 마지막 보루다."

그야말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의 사투였다. 적막감마저 드는 병실에서 24시간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들은 '메르스 전사'였다.


10일 메르스의 최전선인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을 찾았다. 두 곳은 서울대병원과 함께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국가지정 격리병상'. 서울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은 입구에서부터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마스크를 쓴 간호사와 보안요원이 건물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고 소독제를 쓰게 했다.

"어떻게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용무가 있어 온 외부인의 경우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했다. 택배는 수신자가 직접 짐을 찾으러 내려와야 했다.

보안요원은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쯤까지 교대로 선다"며 "일반 외래환자는 받지 않고 선별진료가 필요할 경우 별관에 위치한 외래임시진료소로 안내한다"고 말했다.

20일째 피말리는 사투를 하고 있는 한 의료진에게 "어떤 마음, 어떤 각오로 병실에 들어가느냐"고 묻자 "제가 맡은 환자는 꼭 살려내야 되겠다는 생각뿐이죠. 그리고 여러 의료진이 피로하지 않고 조직적으로 진료할 수 있도록 항상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서울 신내동 서울의료원으로 돌렸다. 서울의료원의 전문병상은 원래 5곳이었다. 확진환자가 늘자 부랴부랴 10병상을 추가로 마련했다. 의사와 간호사는 30명.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 8명이 입원 중이다. 50대 여성 한 명은 상태가 양호하지 않다고 한다.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의 안내로 전문병상이 있는 본관 뒤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원외출입자 명단에 이름을 적고 소독제로 손을 닦은 후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

2층에는 병동 5곳과 상황실이 마련돼 있다. 환자들의 생체리듬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와 폐쇄회로TV(CCTV)가 설치돼 있었다. 고글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흰색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병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원장은 "환자에게 기관삽입을 하거나 가래를 뽑는 시술을 할 때는 의료진도 10㎏에 가까운 양압호흡기를 뒤에 차고 들어간다"며 "병실은 세 군데로 나눠져 있고 각 벽마다 음압기가 설치돼 있다"고 설명했다.

'음압기'는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장치다. 곁에 있던 간호사는 "음압은 실내공기의 압력을 외부보다 낮게 해 안에 있는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올 수 없게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방호복은 한 번 입으면 버린다. 오염 우려 때문이다. 환자 5명을 진료하기 위해 현재 40벌 정도가 투입됐는데 추가 공급을 서울시에 요청한 상태다.

감염내과 최재필 과장은 "환자들은 초반에 '살아날 수 있느냐'는 문의를 많이 한다. 떨어져 있는 가족 걱정을 많이 한다"며 "증세가 좋아지면 퇴원 후 상황이 어떻게 될지를 주로 묻는다"고 전했다.

의료진이 메르스에 노출될 우려는 없을까. 그는 "가족들은 안전을 지키며 진료하는 걸 알고 응원해주는데, 오히려 의료진까지 위험한 사람으로 인식돼 주변이 동요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의료원은 지난 8일부터 선별진료실을 운영해 메르스 증상을 판정해주고 있다. 김 원장은 "일반 환자와 메르스 증세가 있는 환자가 섞이는 것이 큰 문제"라며 "3일간 22명이 방문했는데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와 귀가시켰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메르스 중점치료센터인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은 일반 환자가 모두 빠져나가 병실 대부분이 비어있었다. 병원을 찾는 외부환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겉으로만 보면 폐쇄된 병원처럼 한산했지만 의료진과 병원 관계자들이 느끼는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두려움까지 느껴졌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외부진료는 중단한 상태다.
병원 전체가 메르스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로 변경되고 있다"며 "말은 하지 않아도 그 어느 때보다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고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병원은 그동안 입원해 있던 환자 140여명을 다른 병원으로 이동시켰고, 많은 병실이 메르스 환자들을 위해 대기 중이다.
이곳 의료진은 병실이 채워지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hiara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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