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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공포가 키운 '메르스 사태'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2 17:59

수정 2015.06.12 17:59

[여의도에서] 공포가 키운 '메르스 사태'

"6번째 환자가 오늘 새벽 A병원에 왔다가 메르스 확진 나서 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졌다. 병원이 폐쇄됐으니 근처엔 안 가는 것이 좋겠다."

"첫 환자가 나온 (경기)평택·수원에 확진자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외식도 하지 말고 손발 잘 씻고 양치를 밖에서 하지 마라."

5월 29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관련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삽시간에 퍼졌다. 이후 6월 1일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전염병이 인간에게 공포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518년 신대륙 아메리카에서도 생전 처음 겪는 역병에 시달려야만 했다. 스페인의 침입 이전 아메리카의 인구는 대략 1억여명이었으나 이 중 90% 이상이 새 전염병 때문에 숨졌다. 바로 천연두였다. 천연두는 아스텍의 국경을 넘어 과테말라, 잉카제국 등을 초토화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대부분 어릴 적 이 병에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질병에 속수무책이었다.

국내에서도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A, 2002년에는 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사스)도 겪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일단 정부가 정보공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6번 환자가 발생한 여의도성모병원, 14번 환자가 발생한 삼성서울병원 모두 의료진에게조차 병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메르스 환자인지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메르스 증상은 고열·기침 등 일반 바이러스 질환과 다르지 않다. 환자를 진료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들도 마찬가지였다.

5월 30일에는 메르스 확진 병원 명단이 SNS로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사실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6월 8일이 되어서야 병원 이름이 공개됐다.

메르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한달 이상 지난 현재 사망자 11명, 확진자 126명이 나왔다.

사스는 2002년 11월부터 2003년 7월까지 유행했는데 세계 기준 감염자는 8096명, 사망자는 774명이었다.

신종플루A(H1N1)는 2009년 4월부터 유행해 2010년 8월까지 세계 기준으로 총 감염자는 136개국에서 약 229만명, 사망자는 1만9674명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약 77만명이 감염돼 27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신종플루는 어린아이와 건강한 사람까지 사망하게 하기도 했다.

메르스는 확진자 중 7명의 퇴원자도 나왔다. 하지만 처음에 생긴 메르스에 대한 공포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공기로 전파되는 결핵이 더 무서운 병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환자 발생률 1위의 오명을 안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국내 결핵환자는 10만명당 89.6명이 발생한다. 하지만 누구도 결핵에 대해 공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결핵은 발병한 지 1000년 이상 된 질병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치료하면 낫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고 있다.

1933년 미국이 대공황에 빠져 있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직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생활경제부 차장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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