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김문수의 대구行을 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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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을 노린다는 소식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야당에선 "비겁하다"는 논평을 냈고 여당에서도 반대 의견이 제기된다.

김 전 지사의 대구행(行)을 비판하는 데엔 그가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거물급 정치인이라는 배경이 있다. 김 전 지사 정도라면 응당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어려운 지역에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비슷한 맥락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던 안철수 전 대표와 오버랩된다. 그는 대권 잠룡도 아닌 대선 후보였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도 안 전 대표는 야당 텃밭의 힘을 빌려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대권 유력 후보군에서 밀려난 건 아니었다.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현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엔 노원병 출마가 영향을 준 게 아니라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는 게 결정적 역할을 했다.

모든 정치인들이 공고한 지역주의를 깨야 한다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지역주의에 기대는 건 변함이 없다. 당장 문재인 대표를 놓고도 "호남 기반 없인 힘들다"는 평을 내리지 않는가. 텃밭 지지세를 확고히 해야 상대 진영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꾸준히 수도권에서 활동했던 김 전 지사가 텃밭을 다지려는 게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지역주의를 깨는 시도를 했다고 해서 모두 대선 후보가 되는 건 아니다. '분당 대첩'에 성공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이듬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문 대표에게 패했다. 살신성인이 뭔 소용인가 싶을 듯하다.

김 전 지사가 '자존심'을 접고 대구를 택한 건 그만큼 원내 진입이 절실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인 것 같다.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원외 인사라는 이유 때문에 번번이 제동이 걸리지 않았나. 잠룡으로서 원내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게 더 많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른바 '김부겸 바람'을 차단했다는 명분도 만들 수 있다.
지금으로선 대구를 내줌으로써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으로 급부상해 김부겸 전 의원을 단박에 대선 후보로 만들어주는 것보다 김 전 지사가 '살신성인'하는 게 공으로 치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니면 김 전 지사의 꿈이 의원 배지 하나 다는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건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