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병원 가보니

지령 5000호 이벤트
"병원 가기 여전히 불안"… 환자수 오히려 줄었다
전국 161곳 지정됐어도 일반인 대부분 인지 못해
수술일정 뒤로 미루거나 입원진료도 외래로 돌려

16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차단을 위해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메르스 검역용 열감지카메라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한영준 수습기자

전국에 모두 161곳의 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 서울에만 33곳이다. 하지만 16일 기자가 몇몇 시내 지정병원을 취재한 결과, 국민을 안심 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국내 메르스 감염자가 주로 병원에서 나왔기 때문에 '안심병원'이 본래의 의도대로 작동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심병원' 문구에도 불안감

이날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본원 입구에는 손소독제가 놓여있는 탁자만 있었다. 입구를 따로 통제하지도 않았고 열감지기나 발열 확인을 하는 환자도 없었다.

병원 관계자는 "이미 선별진료소가 따로 마련돼 있기 때문에 일반진료실에 대한 통제는 하고 있지 않다"며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병원 내부에는 '국민안심병원'이라는 안내문도 따로 게시되지 않았다. 안내 직원도 안심병원으로 지정된지 모른다고 답했다.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들도 이곳이 안심병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국내 최고수준인) 서울대병원이라고 해서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병원 관계자는 "'안심병원'이라는 문구가 오히려 환자들을 불안하게 할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추가적으로 문구를 게시할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고 해명했다.

반면에 서울 연세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모든 건물의 입구에 열감지카메라를 설치하거나 간호사들을 상주시켜 병원에 들어오는 방문자들의 체온을 확인했다. 병원장을 역임한 박용원 교수가 직접 본관 1층으로 와서 열감지카메라를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곳에서 고열자가 발견되면 선별진료소로 안내한다.

정기검진 때문에 내원했다는 조모씨(60)는 "지난 15일 안심병원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일정을 미루지 않고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환자수 줄었다"

서울 중구 마른내로 서울백병원 입구에도 간호사가 상주하며 모든 방문자를 상대로 체온을 확인하고 손소독제 사용을 권장했다. 병원 관계자는 "안심병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지난 1일부터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고 발열 체크를 해왔다"며 "안심병원으로 지정된 후 환자들이 안심하고 방문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싱가포르에서 유학을 하다가 잠시 한국에 들른 이다슬씨(28)는 "손목을 삐었지만 메르스 때문에 불안해서 병원 가기를 망설였다"며 "그나마 서울백병원은 안심병원이라 해서 마음 놓고 오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구로동로 고려대 구로병원의 지난 15일 외래환자수는 지난주 월요일과 비교해 오히려 50명 줄었다. 서울 인촌로 고려대 안암병원도 지난주보다 19명 정도만 늘었을 뿐이다.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관계는 "메르스 사태가 확산된 이후로 어린이병원과 치과병원 등을 중심으로 환자가 확 줄었다"며 "안심병원으로 지정되었다고 환자들이 바로 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당산로 영등포병원 관계자도 "메르스가 병원에서 많이 감염되었다고 해서 환자들이 병원 오기를 꺼리는 것은 사실"이라며 "많은 환자들이 수술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입원진료를 외래진료로 돌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기자 한영준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