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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정부 조직개편 지금이 적기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9 17:40

수정 2015.06.19 17:40

[여의도에서] 정부 조직개편 지금이 적기

공포가 일상화되고 있다. 경계도 없고 국경도 없다. 전염 속도는 가히 빛의 속도다. 공포를 막아주고 완화해줄 방파제는 보이지 않는데 파도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온 사회를 분노와 슬픔으로 가득 채운 세월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유행성 전염병의 공포가 우리 사회를 습격했다. 문제는 이 공포로부터 국민을 지켜줘야 할 정부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 국민이 스스로 공포를 관리해야 하는 '위험사회'로 접어든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존재감을 상실했다. 초동대응 실패, 뒷북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저버렸다. 화살을 과녁에 쐈다고 생각했지만 명중시키기는커녕 활시위만 반복적으로 조율하는 데 그쳤다.

부실한 재난안전시스템으로 정부 조직개편까지 단행하며 국민안전처를 지난해 신설했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메르스 사태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대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부 관료들의 우왕좌왕, 지휘체계 실종과 혼선, 컨트롤타워 부재 등 거의 복제 수준이다. 무능이란 말조차 꺼내기 민망하다.

정작 중요한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하는 공공의료체계는 부실하기 짝이 없고, 부처 간 정보공유는 먹통에 불과했다. 협업과 소통을 강조한 '정부3.0'이라는 국정과제의 현주소다. 관료 사회의 무능과 안일 속에 공포가 공포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관료사회는 태생적으로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어느 집단보다 강하다. 폐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 내부 결속력과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사회 속에 관철시키는 뚝심과 추진력은 챔피언감이다. 이런 점이 노른자위처럼 관료들의 정체성을 채우고 있는 한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는 현실과 괴리될 뿐 아니라 물신주의로 빠지기 쉽다. 이렇게 형성된 제도만능주의는 사회 곳곳에 균열과 상처를 남긴다.

공직사회 혁신이 선언적 구호에만 머문 것도 그래서다. 민간전문가 발탁을 통한 공직개방을 내세워 공직사회의 개혁을 약속했지만 이마저 공수표였다. 민간인 채용 이후 교육과 승진·보상체계가 엉성하다보니 이들이 다시 민간으로 회귀하고 있다. 정작 정부는 민간채용 목표비율만 따지는 숫자놀음에만 열중이다. 이들을 활용해서 무엇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구체적 목표와 비전도 불투명하다.

지난해 단행한 정부 조직개편 조치가 개혁 시늉에만 그쳤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건의 원인 분석과 진상규명보다 기획성 정부 조직개편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가 강했기 때문이다. 앞에서는 개혁을 외치고 뒷문에선 관료집단의 헤게모니와 추동력은 여전히 건재했다.

정부조직 개혁이 시급한 시점은 오히려 지금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건과 행정력이 필요한 복지부문은 화학적 결합이 어려운 속성이 있다. 더욱이 특정 이해단체들에 둘러싸여 보건의 보편적 기능을 상실한 보건부문은 이참에 공공성을 강화해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공공의료체계 재구축과 의료민영화정책 추진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복지부문은 복지전달체계가 중요한 화두다.
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관과 합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방에 대한 이해와 조직력, 행정력이 뒷받침된 기관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가칭 '행정복지부' 탄생이 바람직한 구도다.

ktitk@fnnews.com 김태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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