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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한국-중앙아시아 협력 3.0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1 17:12

수정 2015.06.23 10:47

[차관칼럼] 한국-중앙아시아 협력 3.0

한때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은 구소련'철의 장막' 너머 이름마저 생소한 머나먼 나라였다.
1992년 수교 이후 이들은 어느새 소중한 파트너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인천공항 직항편만 해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가 주 11회, 카자흐스탄 알마티가 주 5회 운항한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4번째 교역상대국이며 카자흐스탄에게는 6번째 교역상대국이다.

중앙아시아는 석유, 가스를 비롯한 풍부한 광물자원을 자랑한다. 또 대규모 인프라 건설 발주가 계속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아랄해 인근 가스전을 공동개발해 화학제품까지 생산·판매하는 39억불 규모의 '스루길 프로젝트'를 필두로, 가스플랜트, 발전소, 주거복합단지 등 우리기업들이 시공 중인 주요 공사만 280억불에 이른다.

우리기업들에겐 '제2의 중동'이라 할 만하다. 태양광, 교통·물류, 환경, 섬유, 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우리에겐 안성맞춤의 경제협력 파트너이다. 중앙아시아는 또한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 같은 곳이다. 중국, 러시아는 물론, 인도, 파키스탄, 이란, 아프가니스탄과 이웃하며 30억 인구에 둘러싸여 있다.

유럽과 아시아, 중국과 중동을 잇는 교차로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의 '신실크로드 구상', 러시아의 '유라시아 경제연합', 인도의 '중앙아 연결정책'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고대 실크로드가 부활하고 있다.

경제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교통·물류·에너지 수송망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국은 성공의 교과서이다. 전략적 측면에서도, 지정학적 걱정 없이 주변 강대국들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이다.

실제로, 지난 5월말 국빈 방한한 우즈베키스탄 카리모프 대통령은 금년초 재선 직후 주저없이 한국을 첫 번째 해외방문국으로 택했다고 한다. 4월 '세계물포럼' 계기에는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불원천리 한국을 찾았다.

우리 정부도 이들과의 협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6월 대통령의 중앙아 순방은 신뢰를 다지고 실질협력을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보다 장기적이고 거시적 관점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 올 여름 '유라시아친선특급'을 통해 미리 보겠지만, 한반도가 유럽, 중앙아시아와 직접 연결되어 함께 평화와 번영을 누리는 것이 바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그리는 미래이다. 중앙아 국가들과의 전략적 관계를 탄탄히 하는 것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핵심 요소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앙아 협력 2.0시대를 열었던 '한-중앙아 협력포럼'이 내년으로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그간 매년 한국과 중앙아 5개국 외교차관 및 경제계, 학계, 문화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민·관 공동협력 사업을 발굴해 왔다. 내년에는 장관급으로 격상되어 더욱 큰 힘이 실리게 된다. 또한 포럼에서 발굴된 협력사업의 보다 체계적 이행을 위해 '한-중앙아 협력 상설 사무국' 추진된다. 내년 설립을 목표로 우선 오는 6.24 추진위원회가 발족될 예정이다.

한국과 중앙아 5개국은 철의 장막이 걷힌지 20여년 만에 서로에게 꼭 필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지금 우리는 착실히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며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밑그림을 채워나가고 있다.
그에 맞추어 한-중앙아 협력도 '버전 3.0'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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