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논단] 먼저 줄 수 있는 배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2 17:13

수정 2015.06.22 17:13

[fn논단] 먼저 줄 수 있는 배려

중국 한나라 때 유향이 편찬한 설화집 '설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진나라 왕 목공이 가뭄을 시찰하러 기산 아래 이르렀는데 아끼던 말이 달아났다. 목공이 직접 말을 찾아 나섰더니 농부들이 그 말을 잡아 불에 구워먹고 있었다. 주위 신하들이 농부들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목공은 오히려 신하들을 꾸짖고 농부들에게 다가가 사정을 물었다. 농부들은 며칠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목공은 탄식을 하며 말했다. "말 고기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탈이 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을 잡아먹은 농부들에게 오히려 술을 베풀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고 전쟁이 일어났다. 진나라 군은 수세에 몰렸고 목공이 탄 전차가 적군에게 포위당했다. 그 순간 갑자기 농부들이 나타나 돌격해왔다. 손에 각종 농기구를 든 농부들은 필사적으로 싸워 적군을 물리치고 목공을 구했다. 이를 본 진나라 군은 사기가 고조돼 용감하게 싸웠고 마침내 전쟁에서 승리했다. 이에 목공이 농부들에게 큰 상을 내리려 하자 농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고 말했다. "임금님이 저희를 살려주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싸운 것이지 상을 받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기산에서 임금의 말을 잡아먹었던 농부들이었다. '논어'에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는 말이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덕을 가진 사람은 때로는 위기가 닥치고 힘든 순간이 생기더라도 주변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절대 외롭지 않다는 뜻이다.

인간관계에 있어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 가운데 하나는 당장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따져가며 사람을 대한다. 이익이 없으면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인생은 정말 알 수 없다.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가진 사람이 하루 아침에 빈털터리로 주저앉을 수도 있고 별반 가진 것 없던 사람이 어느 날 큰 성공을 이루기도 한다. 물론 어떤 이익에 대한 기대 없이 주기만 하며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재화와 서비스, 말과 상징 그리고 사람의 주고받음에 의해 인간 사회의 삶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사람 사이에 서로 주고받음은 사회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중요한 기반이다. 윤석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러한 주고받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와 국민,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가정에서 부부사이 모두가 고객관계이고 주고받음의 현장이라며 주고받음의 관계에서 성공하려면 고객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주기만 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상복 작가가 쓴 '배려'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깝기만 한 그 부분, 다시 말해 손해 보는 것 같은 그 가치는 어디로 간 것일까? 받은 사람이 독식하는 것일까? 그 가치는 받은 사람이 혼자 누리는 게 아니다. 고스란히 쌓여 다시 돌아오게 돼있다. 돌아올 때는 다른 것으로 바뀐다.
만족이나 보람일 수도 있고 찬사나 존경일 수도 있다. 성공은 그렇게 이뤄지는 것이다.
" 결국 성공적인 인간관계는 먼저 줄 수 있는 배려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