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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의료재난대응시스템 업그레이드] (하) "컨트롤타워 부재가 메르스사태 키워… 매뉴얼 재정비할 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3 18:07

수정 2015.06.23 18:07

전문가 좌담회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왼쪽부터) 등 3인의 전문가들이 파이낸셜뉴스가 23일 창간 15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실시한 '메르스사태, 의료재난 대응시스템 업그레이드 기회다'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왼쪽부터) 등 3인의 전문가들이 파이낸셜뉴스가 23일 창간 15주년을 맞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실시한 '메르스사태, 의료재난 대응시스템 업그레이드 기회다' 좌담회에 참석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 박상근 대한병원협회 회장,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 등 3인의 전문가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를 진단했다.

지난 5월 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후 한 달 넘게 국민들을 불안케 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전통적인 병문안 문화 등 우리에게 개선이 필요한 점들을 시사하는 바 크다.

정부는 물론이고 병원, 국민들이 또 다른 감염병을 막기 위해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보건당국을 신뢰하고 의료재난 대응시스템을 철저히 구축해 유사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차석록 생활경제부장·부국장
토론자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약력 △68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학원 석사 △고려대학원 박사 △연세대의대 조교수 △상계백병원 신경외과과장 △상계백병원 원장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의료원장(현) △대한병원협회 회장(현)
박상근 대한병원협회장 ■약력 △68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학원 석사 △고려대학원 박사 △연세대의대 조교수 △상계백병원 신경외과과장 △상계백병원 원장 △인제대 백중앙의료원 의료원장(현) △대한병원협회 회장(현)


―메르스 발생으로 국민들이 공포에 휩싸인 채 한 달을 보냈다

▲전병율 교수=메르스가 중동지역 이외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확산됐다. 이 때문에 참조할 만한 자료는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들밖에 없었다. 우리 정부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얘기한 대로 2m 내에서만 직접 접촉으로 전염이 되고 공기 전염은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확산은 계속됐다. 정부가 초기에 발표했던 부분과 맞지 않다 보니 '정부 발표가 틀렸다'라며 불신이 생겼다. 이때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공포 확산이 원인이 됐다. 사망률은 인플루엔자도 4~5%, 중증폐렴은 20%다. 메르스는 3% 정도다. 사망자들 대부분은 고령에다 중증질환이 있기 때문에 응급실에 간 사람들이다.

▲박상근 회장=메르스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다. 또 간이 검체검사도 2~3일 걸리니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또 신종플루처럼 타미플루 같은 치료제도 없다. 하지만 중동 사망률보다 한국이 낮은 이유도 있다. 중동은 음압병상도 없고 우리나라처럼 에크모(체외순환형 막형 산화기)까지 하면서 치료하지 않았다. 사망자 중 40대는 한 명이고, 나이가 많고 지병이 있는 이가 많다. 학문적이고 의학적이고 근거중심의 의학을 바탕으로 얘기해야 한다.

▲추무진 회장=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확진자 숫자에 비해 국민들의 불안도가 큰 상태다. 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과 신종감염병대응TF가 지난주 회의를 했을 때 검체검사 대비 양성 확진자가 200명이라면 약 3%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실제 고열 등 증상이 있어도 확진자는 숫자가 적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국민의 불안도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의료계도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활동을 했는데.

▲박=첫 환자가 발생한 후 이틀 뒤인 5월 22일 회원병원에 감염병 발생에 따른 대응방안 안내를 시작했다. 이후 31일에는 정보제공을 요청했다. 특히 협회에서는 일반 국민의 진료지연으로 인한 추가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치료병원, 노출병원, 국민안심병원, 선별진료 중심의 중소기업 병원 등 병원 간 역할 정립을 통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

▲추=보건소의 일반진료기능 중단, 지역 공공의료원 중심으로 메르스 국가 거점 지정병원 운영, 의료인에 대한 보호장구,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에 의한 효율적인 지원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청한 바 있으며 의견이 상당부분 수용됐다. 또 협회 내에 메르스대응센터를 설치·운영해 자가격리자와 가족을 위한 상담을 진행했고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자 보건복지부 심리지원단, 대한신경정신의학회와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약력 △55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보건학 석·박사 △보건복지부 국립마산병원장 △보건복지부 대변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공공보건정책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현)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약력 △55세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대학원 보건학 석·박사 △보건복지부 국립마산병원장 △보건복지부 대변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공공보건정책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의료재난 대응시스템의 업그레이드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전=2009년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할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이때는 외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초기 단계부터 환자 유입을 다 막았다. 하지만 메르스는 환자가 들어와서 감염시키는 것을 정부가 뒤늦게 알았다. 또 수습하려 했지만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하지만 정부도 컨트롤타워로서 명확하게 이끌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래 질병관리본부장은 질병을 컨트롤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행정적인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업무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장관이 보건분야의 전문성이 없다 보니 부처 간 협조 관계를 잘 조율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또 한 병원만 통제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병원 정보를 뒤늦게 공개해 확산을 키운 측면도 있다. 따라서 질병에 대해 즉각적인 조사 대응을 하는 매뉴얼 자체가 재정비돼야 한다. 또 자가격리자나 확진자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부분은 법적장치가 필요하다. 감염병은 사회불안요소이기 때문에 공권력에 대한 지시불이행은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

▲박=현재 병원 단위의 재난의료는 응급의료에 기반하고 있다. 사고에 의한 대량사상자 발생, 오염물질 노출, 감염성 질환, 화재 등 재난단계에 따른 행동요령이 응급진료팀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의료재난 유형을 분류해 유형별 정보체계나 관리체계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차별화된 프로토콜을 마련하는 등 명확한 기준 정립이 필요하다. 또 병원 현장에서 이 같은 제도가 잘 돌아가려면 제도적인 장치와 지원도 필요하다.

▲추=메르스 사태가 마무리된 후 우리나라 의료재난 시스템 및 대응체계를 반드시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업그레이드보다 방역체계 시스템과 조직의 인적 구성 등 소프트웨어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 보건복지부 내 보건의료 전문가 부족, 보건소의 질병예방과 방역 등 공공의료 역할 재정립, 감염병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 수집 및 상황별 대응책 마련 등 전반적인 시스템의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감염병에 투자가 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우리나라의 저수가 체제에서는 병원의 안전과 감염병을 막기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도록 돼있지 않다. 중환자실 수가만 비교해도 일본의 10분의 1, 미국의 40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장례식장 등 부대사업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공병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민간병원의 공적기능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적정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의료기관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적정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병원 폐쇄나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들은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도 힘들 것이고 작은 병원 중에는 문을 닫는 곳도 생길 수 있다.

▲추=현재 우리나라 감염 전문의는 198명으로 부족하다. 200병상 이상의 병원급은 감염 전문의를 두도록 돼있지만 나머지 병원들에는 감염 전문의가 없다. 또 감염 관리료가 1일 16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 감염관리에 제대로 된 투자가 없었다. 앞으로 정부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중국도 2003년 사스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600억달러에 육박했다. 여기에 국가 이미지 손실 등이 심각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약력 △55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박사 △충북대 의대 부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메디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용인시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제38대 회장 △대한의사협회 제39대 회장(현)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약력 △55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박사 △충북대 의대 부교수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메디서울이비인후과의원 원장 △용인시의사회 회장 △대한의사협회 제38대 회장 △대한의사협회 제39대 회장(현)


―메르스 확산이 우리나라 병문안 문화, 다인실 등 독특한 환경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우리나라 문화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질병에 따라 병문안도 통제해야 한다. 감염병과 정형외과 질환은 다르다. 이를 분류해서 병문안 여부도 정하고 정해진 시간에 병문안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고쳐야 할 점이 많다.

▲추=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국민들도 병문안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달라졌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사람과 병문안객, 간병인, 보호자 등이 감염됐기 때문이다. 메르스 발생 이후 자율적으로 이름을 적고 면회를 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병원 이용 행태에 대해서도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논의할 시점이 됐다.

▲박=사실 우리나라 다인실은 우리나라 수가 체제가 만들어 놓은 산물이다. 저수가이고 4인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국민이 감내할 수 있는 비용이나 이런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감염병과 관련된 병실은 개선이 필요하다. 의료인력 수급, 비용보상 등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국민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메르스 종식인데, 언제쯤 될까

▲전=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인 137번 환자가 직접 환자를 접촉했기 때문에 최대 잠복기인 24일 이후 상황을 보면 일단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시작된 제2 확산은 진정될 전망이다. 이후에는 강동경희대병원 투석실에 있던 환자도 최대 잠복기인 30일까지 지켜봐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신장 투석실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응급실보다 더 위험한 환경이다. 하지만 다행히 환자가 병원 밖으로 나가지 않는 코호트 관리가 됐기 때문에 중증환자가 생겨도 일반 확산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서울병원에서 나간 사람들이 산발적으로 나올 수는 있지만 이들 병원도 관리를 하고 있어 대규모 확산은 아닐 것이다.

▲박=현재 제2차 감염의 고비를 넘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검체검사 대기자들이 있어 몇 명의 확진자는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관리체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컨트롤이 가능하다. 따라서 숫자에 연연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관리 밖에 있는 환자가 문제다. 환자의 가족, 방문자, 격리대상자의 가족 등 1만여명을 관리했지만 숨어있는 환자는 없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확산의 고비를 우리 힘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정리=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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