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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이제 소비자들이 문제를 풀 때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5 16:57

수정 2015.06.25 16:57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이제 소비자들이 문제를 풀 때다

대기업의 갑질 논란과 함께 취약해진 중소기업 및 자영업 계층 문제들, 그리고 경제의 글로벌화와 함께 진행된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및 청년취업의 어려움이 오늘날 우리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각종 시책 추진과 창조경제 달성을 외쳐왔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그런 노력이 있었기에 이만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창조를 이끌겠다고 하는 순간 창조는 이벤트 행사처럼 변질될 수도 있고, 시장을 왜곡하는 경제민주화는 갈등 해결보다 자칫 모두를 빈곤하게 할 가능성도 있다.

특효약처럼 처방된 시책들이 산업화시대의 발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그 점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도 유사하다. 대기업을 규제하거나 중소기업에 돈을 풀고, 정부가 창조적 기업을 발굴 지원하고, 청년취업 문제는 억지로라도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 공급 측면에서 규제하고 지원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이 나아지는 것을 실감하지 못할까. 만일, 정부가 그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공산주의가 20세기의 문턱에서 좌절했을까?

한 걸음 물러서 보면 문제의 근원은 공급 측면에 있다기보다 시장과 소비자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상품을 믿지 않기 때문에 다수 기업들은 상품을 만들어 직접 소비자에게 팔지 못하고 소수 대기업을 통해 팔아야 하니 갑을관계는 필연적이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대기업 횡포나 자금 부족만이 아니라 중소기업 상품을 믿지 못하는 소비자 문제에서도 비롯된다.

장기적으로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경제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가 직접 기업을 지원할 경우 의도와 달리 로비 능력이 탁월한 기업이 선택될 수도 있다. 청년일자리를 억지로 만들어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어렵고 그런 일자리들을 청년들이 좋아할지도 의문이다.

소통 부족이란 비판이 무색하게 끝장토론까지 하며 추진하는 규제개혁도 따지고 보면 정부 권력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기도 하고, 정부 출범 시 화두가 되었던 경제민주화도 소비자주권 실현으로부터 출발한다. 정치권을 달군 무상급식 논쟁이나 소득.연금대체율 문제도 소비자들의 선택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여당이나 야당, 시민단체까지도 소비자 문제에 대한 인식은 그저 가짜 백수오나 불량상품 피해 구제라는 반세기 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표현처럼 모든 생산활동의 궁극적 목적은 소비에 있고 그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상품을 믿고 쓸 수 있게 되면 갑을관계 문제도 상당부분 해소되고,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도 늘어나게 된다. 사회복지나 규제개혁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활용하면 사회적 갈등은 물론 경제적, 행정적 비용도 줄어든다.
소비자의 머리에 해답이 있다. 쉽게 풀 수 있는 정답을 두고 어렵게 오답을 내선 안 된다.
소비자들의 힘과 합리적 선택을 활용하는 노력이 아쉽다.

yisg@fnnews.com 이성구 fn 소비자경제연구소장

■ 약력 △58세 △서울대 경제학과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일본 도쿄대학 대학원 경제학 박사 △공정위 서울사무소장 △금융소비자연맹회장 △파이낸셜뉴스 소비자경제연구소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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