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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600년 선비 숨결 잇는 소리꾼 유창 선생 "책읽듯 노래하면 인성 교육이 절로"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6 17:31

수정 2015.06.26 17:31

[fn 이사람] 600년 선비 숨결 잇는 소리꾼 유창 선생

서울 종로구 봉익동 서울전통문화예술진흥원 강의실. 먼저 찾은 30명의 남녀 성인들이 둥그렇게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이어 경기민요 명창으로 잘 알려진 유창 선생(56·사진)이 성인들 앞에 나서서 운율에 맞춰 글을 읽는 듯한 나지막한 소리가 강의실을 가득 채웠다.

'유인이 문래복 하되 여하시화복 일고/아휴인시화요 인휴아시복이라.' 명심보감에 나오는 이 구절은 어떤 것이 재앙이고 행복인가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내가 남을 해롭게 함은 재앙이요 남이 나를 해롭게 함은 행복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30분 동안 명창을 들은 소감에 대해 함께 들은 수강생은 "좋은 글을 소리내어 읽다보면 그 율격이 가슴깊이 다가와 감동이 되고 특히 글 읽는 재미와 예술의 깊은 울림을 다 맛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느낌을 선비들의 고상한 말로 입으로는 소리내어 읽고 그 소리는 뇌를 공명하고 다시 온몸으로 내려와 '명문이 곧 수신'이 되는 비상한 경험을 맞이했다라고 쓴다.

유창 선생은 송서율창으로 600년 선비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소리꾼이다.


2009년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1호 '송서율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송서의 정통 계보인 이문원-묵계월 선생의 대를 잇고 있는 그는 경기 서도의 좌창이나 입창은 물론, 가곡과 시조를 오랫동안 섭렵했다. 남성다운 성량과 기교, 그리고 독특한 창법을 개발한 소리꾼으로 그의 스승 묵계월 선생(지난해 타계)은 "타고난 목,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학구적인 면모로 소리 발전에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게 큰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송서율창은 최근 각박한 현대인들에게 충·효와 인의예지신 등의 교훈이 전달돼 젊은층 특히 자의식이 성숙화 단계를 밟고 있는 초등생들의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유창 선생은 "송서율창은 교육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라며 "옛 성현의 글을 읽음으로써 인격과 정서발달을 꾀할 수 있고 사람이 지켜야 할 기본 도리인 '명심보감' 같은 것을 어려서부터 익혀 자연히 인성교육이 이뤄지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한자공부는 덤이다.

그는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에는 성인반을, 토요일에는 청소년들에게 강습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창 선생은 신개념의 독서운동도 펼치고 있다. 즉 송서율창 보전, 전승을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강조하는데 2013년 그가 새로 만든 창작 송서율창 레퍼토리를 CD에 담아 전수하고 있다. 올 4월 현재 이수평가를 통해 총 67명의 이수자를 배출했다.
전수 장학생은 2명이 있고 100명이 넘는 전수자들이 송서율창을 전수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국전통문화의 계승과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국악 알리기에도 전념하고 있는 그는 내달 4일과 5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청소년 국악경연대회도 연다.


유 선생은 "청소년 국악경연대회가 대한민국 차세대 젊은 국악인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라며 "이와 더불어 고대 시가, 동요, 명문 등 문학적 수월성이 풍부한 작품을 골라 대중화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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