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에서 배우자

최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8 17:26

수정 2015.06.28 17:26

[특별기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에서 배우자

'제조업은 영원하다.' 1990년대 일본 미쓰비시 연구소장이었던 마키노 노보루가 허업(虛業)을 경계하며 제조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던 말이다. 제조업은 세계 각국에서 수차례 위기에 빠진 국가경제를 구해낸 역전의 용사 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제조업이 경제를 부흥시킨 대표적인 국가다.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미국 제조업은 1990년대 금융, 2000년대 정보기술(IT)·바이오를 위시한 신사업에 밀려 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대기업은 인건비 상승과 규제를 피해 아시아 등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고, 수작업과 경험에 의존해 생산성이 떨어진 중소기업은 중국, 남미 등 신흥국 기업에 경쟁력을 잃어갔다.


미국 제조업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한 제조업 혁신이 이뤄지면서부터다. 3차원(3D)프린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의 융합과 온라인 펀딩사이트 '킥스타터'로 대변되는 다양한 비즈니스 플랫폼의 발달은 전통 제조업 생태계를 송두리째 바꿔 놓으며 제조업의 새로운 가능성과 성장성을 끊임없이 확인시켜 줬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이후 '리메이킹 아메리카(Remaking America)'를 슬로건으로 하는 신제조업 부활을 선언했다. 해외 자국기업의 국내 이전을 촉진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과 제조업 혁신을 위해 해마다 10억달러를 투입하는 국가네트워크(NNMI)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한편, 3D프린팅 등 유망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그결과 중국, 멕시코 등으로부터 수백개의 기업이 돌아오고 창의적인 혁신형 기업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7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2013년 1월 8%였던 미국 실업률이 지난 2월에는 5.5%로 낮아졌다. 금융과 IT에 밀려 잠시 주춤했던 제조업은 다시 한 번 금융위기에 빠진 미국경제를 구해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미국 휴스턴이 제조업 부활의 대표적인 사례다. 포천 500대 기업 중 25대 기업의 본사가 위치하고 25만명 5000여개에 달하는 제조기업이 위치한 휴스턴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5년간 일자리 회복률이 무려 230%에 달했다.

반면 한강의 기적을 일구며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을 이끌어 왔던 우리 제조업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들고 있지만 중소제조업들은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극심한 내수부진과 엔저에 따른 수출 감소, 저출산·고령화 등으로 우리 경제는 저성장이 고착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난제에 직면한 한국 경제 위기 극복 해법은 미국과 같은 제조업 혁신이다. 다행히 지난 16일 2년 넘게 국회에 계류되어 있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일명 크라우드펀딩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우리도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제조업 혁신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킥스타터'는 23만개의 프로젝트, 1조8000억원을 펀딩하며 혁신형 스타트업들을 키워냈다.


엔저를 앞세운 일본과 턱밑까지 추격해온 중국 사이에서 샌드위치 위기를 맞은 한국제조업의 해법은 결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을 통해 스스로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밖에는 대안이 없다. 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교훈으로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합심하여 리메이킹 코리아(Remaking Korea)를 위한 제조업 혁신을 함께 고민할 때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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