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fnart와 함께 하는 그림산책] 고전의 엄숙함을 비트는 풍만함의 미학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29 17:39

수정 2015.06.29 17:39

페르난도 보테로 '발레 바의 무용수'
페르난도 보테로 '발레 바의 무용수'

비정상적인 형태감과 화려한 색채를 통해 인간의 천태만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라틴미술의 거장' 페르난도 보테로(83)의 유머러스한 그림과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7월 11일부터 서울 남부순환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2전시관에서 열리는 '페르난도 보테로전'이다.

콜롬비아 출신인 보테로가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61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이 그의 1959년작 '12세의 모나리자'를 구입하면서부터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 작품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뚱뚱하게 그린 작품으로, 과장된 인체 비례를 통해 제도화된 규범과 기존의 미의식을 유쾌하게 풍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레리나들의 일상을 화폭에 옮긴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이는 '발레 바의 무용수'(Dancer at the barre·2001년)도 흥미롭다. 그림 속 발레리나는 벽 전면의 거울 앞 바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녀의 풍만한 몸을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볼 수 있고, 화가는 이를 통해 빛과 그림자를 다각도로 활용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이 그림을 보는 순간 쿡쿡 웃음을 터뜨리게 마련인데, 이는 고전의 엄숙함과 진지함을 절묘하게 비트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그는 "왜 뚱뚱한 인물을 그리느냐"는 질문에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한다. "나의 그림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거장들의 형태와 색채에서 시작됐다.
내가 그리는 것은 단지 뚱보만이 아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02)580-1300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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