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여의나루]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바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30 17:29

수정 2015.06.30 17:29

[여의나루] 살아있는 바다, 숨쉬는 바다

식탁에 오른 잘 구워진 고등어자반. 군침이 돈다. 그런데 이 고등어는 어디서 잡혀서 내 밥상에 올랐을까.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과연 건강할까. 몇 년 전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 발표 이후 수산물의 원산지나 안전성에 대한 의심은 끝없이 이어진다.

얼마 전에는 일본산 생선에 대한 우리 측의 수입 규제가 과도하다는 일본 측 항의에 따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양자협의는 양국 간 입장 차이만 확인된 채 결렬됐다. 한편 중국의 대규모 원자력발전소가 황해 연안을 따라 잇달아 건립되고 있는데, 만에 하나 방사능 유출 사고라도 생기면 황해가 오염의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 역사상 최악으로 꼽히는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를 우리 모두는 기억할 것이다. 수백만 갤런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돼 생태계가 엄청나게 파괴됐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이 엄청난 재앙을 '9·11 테러'로까지 비유했다. 이 사고로 멕시코만 생태계가 크게 교란돼 가고 있다는 증거는 도처에서 발견됐다. 사고 해역에서는 기름범벅 속의 펠리칸이나 눈 없는 새우, 집게발이 없는 게가 눈에 띄었고, 과학자들은 해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돌고래 떼의 사인을 이 기름유출 사고와 연관 지웠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선이나 포르말린, 황산 등 유해화학물질 운반선의 입출항이 매우 잦다. 최근 우리나라 연안에서 발생하는 각종 기름 등 유출 사고가 매년 300건을 상회하고, 대부분의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하니 놀랄 지경이다. 게다가 유출된 기름을 제거하기 위해 뿌려진 엄청난 양의 유화제로 바다가 얼마나 죽어가겠는가.

바다는 그 오염이 바다에서의 사고를 통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육지에서 만들어진 오염물질의 배출을 통해서도 더럽혀진다. 1950년대 일본 구마모토현 소재 화학공장에서 배출된 메틸수온이 바다에 서식하는 플랑크톤의 체내에 축적되고 그래서 그 일대 어패류를 먹은 사람들이 집단 신경마비 증세를 보였다. 이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2001년 제기한 민사소송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나서야 최고재판소 결정이 내려졌고, 거기서 소위 '미나마타병'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사건은 바다의 오염이 인간의 건강을 얼마나 치명적으로 해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지구촌 육지 곳곳에서 바다로 내려보내는 오폐수, 쓰레기의 양이 어느 정도일까. 바다의 쓰레기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최근 인간이 버린 해양쓰레기가 죽은 고래들의 몸속에 발견되면서 수많은 고래가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삼키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고래 외에도 바다새와 바다거북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해양오염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3면 바다는 우리가 버린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한려수도 통영 앞바다에 쓰레기침출수가 버려지는, 참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본다. 남해 양식장 등에서 대량 사용되는 스티로폼 역시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고기가 작게 조각 내어 그 입자들을 먹을 가능성이 있다면, 이러한 폐스티로폼의 수거는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물·공기·흙 등 자연환경은 날이 갈수록 오염이 심해져서 언젠가는 하나뿐인 지구를 버려야 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오염된 물고기를 먹는 먹이사슬 최상위층 생물이 우리 인간이 아닌가. 오염은 부메랑이 되어 오롯이 우리 몸으로 다시 되돌아온다. 바다는 생명의 근원이다.
우리 모두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건강한 바다 만들기에 앞장서야 한다.

이주흥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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