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수입차 권하는 정부

주위에서 누가 수입차를 사겠다고 하면 나는 박수 칠 생각이 없지만 그렇다고 눈을 흘기지도 않을 것이다. 수입차냐 국산차냐의 선택은 개인의 경제력과 취향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그런데 차를 산 사람이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세청은 사업자(법인과 개인 포함)가 차를 사서 업무용으로 등록하면 차 값과 유지비를 손비로 인정해 세금을 깎아준다. 그 한도가 무제한이어서 비싼 수입차를 살수록 세금을 더 많이 깎아준다. 예컨대 5억원짜리 수입차를 리스로 구입하면 연간 4000만~5000만원 정도 세금이 줄어든다. 차를 업무용으로만 사용한다면 시비할 일이 못된다. 그러나 업무용으로 등록하고서 실제로는 개인용으로 쓴다면 탈세가 된다.

업무용 차량 무제한 손비인정 제도를 통한 수입차의 세금감면액이 상상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1조원이나 됐고 올해에는 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감면 혜택을 받는 차량은 지난해 7만9000대였으며 올해 1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개인용을 업무용으로 위장 등록해 세금감면 혜택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비율을 20%만 잡아도 국고로 들어가야 할 세금 2000억원이 매년 지속적으로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도를 고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수입차 이용실태에 대한 사후관리나 감독도 소홀하다. 탈세를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다. 그 이유가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해 부당한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통상마찰이 두려워 정당한 세금조차 물리지 않겠다고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수출로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수입차 판매를 부당하게 억누르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세계 주요국과 맺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문제의 핵심은 조세권의 정당한 행사 결과로 수입이 영향을 받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는 점이다.

업무용 차량 무제한 손비인정 제도는 사실상 공인된 탈세 창구로 인식된다. 특히 지난해부터 사업소득세 최고세율이 38%로 오르면서 대다수 사업자들은 더 큰 유혹을 받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벤츠의 한국시장 판매 증가율은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제도적 환경과 연관된 것으로 판단된다.

세금이 새나가는 구멍을 틀어막아야 한다. 방법은 이미 나와 있다. 선진국의 입법례를 참고하면 된다. 선진국들은 대부분 손비인정 범위에 제한을 두고 있다. 영국은 차량 리스비의 15%를 일괄적으로 손비 불인정한다. 업무용 차량이라도 일정 부분은 개인용으로 사용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은 차 값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면 세금혜택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표준마일리지를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내용을 담은 세법 개정안이 두 차례나 국회에 제출됐었다. 그러나 한 건은 이미 폐기됐고 한 건은 2년째 보류 상태다. 이는 조세권의 포기이자 국익을 저버리는 것이다. 내외국인 동등대우와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나간다면 통상마찰을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최근 수년간 세금이 잘 안 걷혀 쩔쩔매는 상황이다. 마땅히 국고로 들어가야 할 세금이 새나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을 넘어 직무유기다. 탈세를 눈감아주면서까지 수입차를 사라고 권장할 이유는 없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