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타이밍 놓치면 추경 효과 없다

당정 "15조 규모 20일 처리".. 법인세 인상 연계전략 안돼

정부와 새누리당이 엊그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가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10조원을 포함, 15조원의 재정보강 계획을 확정했다. 추경의 절반은 메르스·가뭄 등에 쓸 세출 용도고 나머지 절반은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한 세입 용도다. 당정은 심각한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번 추경안을 20일 이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경을 한다면 하루빨리 그리고 집중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일단 타이밍을 놓치면 돈을 쏟아부어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일본이 찔끔찔끔 부양을 하다가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우리는 2013년에 17조원의 추경을 편성했지만 성장률을 0.3%포인트 끌어올리는 데 그친 경험이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의 격랑 한가운데 있다. 수출은 끝없이 줄어들고 메르스 사태로 소비도 고꾸라지고 있다. 생산·투자는 3개월 연속 감소세고 제조업 가동률은 6년 만에 최저치다. 그리스 사태 등 대외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적극적인 정책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추경은 정부·여당의 의지만큼이나 야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위중한 시기에 여야가 세부 항목을 놓고 싸울 여유가 없다. 그런데 추경에 대한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이 싸늘하다. 야당은 추경이 '메르스·가뭄 맞춤형'으로 편성돼야지 세입보전용이나 경기부양용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만드는 데 10일밖에 안 걸린 졸속추경을 20일 통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입보전 추경은 안 된다. 세수부족 대책으로 법인세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라"며 추경과 법인세 문제를 연계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국회가 정부의 추경안을 꼼꼼히 심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이번만큼은 시기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죽어가는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추경을 투입하는 것이다. 한데 야당은 메르스에 대응하기 위한 추경은 되고, 경기부양용 추경은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란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얼마 전 보고서를 통해 "추경안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해 제때 시행될 경우에 의미 있는 부양 효과를 낼 것"이라며 국회를 추경효과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런 리스크가 제거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0.4%포인트 추가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국회의 '발목 잡기'는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