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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약속’을 지키지 아니한 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

입력 2015.07.02 18:00수정 2015.07.02 18:00

[fn★리뷰] ‘손님’, ‘약속’을 지키지 아니한 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의 도시 하멜른(Hameln)에서 내려오는 전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 이야기는 김광태 감독의 손을 거쳐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가상공간인 우리나라에 알려지지 않은 한 산골 마을로 옮겨왔다.

‘손님’은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낯선 남자와 그의 아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숨기려 했던 비밀과 쥐들이 기록하는 그 마을의 기억을 다룬 이야기다. 류승룡은 떠돌이 악사 우룡 역을, 구승현은 아들 영남 역을 맡았다. 마을 촌장 역은 이성민이 맡아 인자함과 섬뜩함을 오가는 열연을 선보였다.

뭔가 감추고 있는 사연이 많은 듯 어두운 표정 일색인 마을 사람들. 어느 날 우연히 나타난 피리 부는 떠돌이 악사와 그의 아들은 마을의 고민거리인 쥐떼를 없애준다. 두둑한 보상을 해준다던 처음의 약속과 달리 돌변한 마을 사람들로 인해 부르지 않았고 원치 않았던 손님인 악사 부자(父子)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이로 인해 ‘판타지’였던 이 영화의 장르는 ‘호러’로 바뀌게 된다.

[fn★리뷰] ‘손님’, ‘약속’을 지키지 아니한 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


흥미로운 소재에 실력 있는 배우들이 연기를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배우 류승룡, 이성민 등을 비롯해 핫한 천우희, 이준 등의 조합은 이러한 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동화적인 요소와 상반되는 섬뜩한 극의 분위기는 이제까지 호러 장르와는 그 궤를 달리한다.

극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감독의 의지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극 사이에서 나타나는 행간은 극을 다양하게 해석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이는 팽팽하게 이어가던 극 흐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심각한 상황에서 터지는 웃음은 이러한 이질적인 느낌을 가중시킨다.

하지만 모티프가 됐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주고자 했던 ‘약속’에 관한 강한 메시지는 ‘손님’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약속을 지키지 아니한 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묵직하면서도 서늘한 공포를 선사한다.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새카맣던 쥐떼의 공포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1950년대 전쟁 직후,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산골 마을의 비밀은 오는 9일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