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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3 17:28

수정 2015.07.03 17:28

[세계 석학에 듣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

전 세계 10대 인터넷기업(방문자수 기준) 가운데 4개가 중국업체―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소후―가 될 것으로, 또 중국을 기반으로 한 후화웨이·샤오미 같은 혁신적 다국적기업 출현을 5년 전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유라시아를 광활한 단일시장으로 엮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게 될 '일대일로' 전략을 포함해 중국의 원대한 세계 공공재 공급 비전을 예상한 이도 거의 없었다.

더 놀라운 소식은 성장률 둔화에도 올 들어 홍콩을 더한 중국의 기업공개(IPO) 규모가 사상최대인 290억달러로 미국의 2배에 육박했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든 중국 내 혁신 속도와 범위는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또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부패, 공해, 지속 불가능한 지방부채, 유령도시, 섀도뱅크, 비효율적인 국영기업, 정부의 과도한 경제통제 등 중국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게 답이다. 이런 요인들이 중국의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결국 축복이 된 셈이다.
개혁을 서두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국내총생산(GDP) 데이터는 현재 진행되는 변화의 규모를 반영하지 못한다.

물론 중국은 오랫동안 국가, 또 지방 차원의 시장지향적인 구조개혁을 해왔다. 그러지 않았다면 세계 2위 경제국 자리를 차지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 성공의 핵심은 끊임없는 실험이며 그 지향성은 점점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통신망, 도로, 철도, 항공, 해상운송 덕에 중국은 전 세계 소비내구재 생산의 허브가 될 수 있었고, 자국 내 분배도 개선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더 혁신적인 지식기반 경제―서비스부문이 내수와 함께 성장을 이끄는 경제―를 건설하는 데도 같은 접근을 택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은 이른바 '킬러 앱'에 점점 더 집중하게 됐다. 역사가 니얼 퍼거슨에 따르면 이는 서방이 경제적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한 추동력이었다. 경쟁, 과학, 소유, 현대의학, 소비자주의, 근로윤리 등이 그것이다. 특히 중국은 시장경쟁과 과학, 혁신을 촉진해왔다. 이는 통제 개선, 예측 가능 메커니즘 강화, 공공재 투자 확대 등의 노력을 통해 촉진됐다.

무엇보다 핵심은 정책담당자들이 실험적 접근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교육 확대, 과학과 혁신에 대한 개방성, 선진 통신인프라 투자, 급속한 온라인거래, 인터넷산업 선진화의 동력이 된 스마트폰 제조 노하우 등의 조합이었다. 혁신에 대한 개방성도 알리바바 같은 플랫폼들이 서방 업체에 앞서 결제와 운송을 결합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줬다.

물론 중국의 이 같은 방식은 심각한 긴장과 후퇴, 실패도 몰고 왔다. 중국의 부동산 대출, 주식 거품이 이를 증명한다. 이는 유령 마을과 악성부채, 주가 변동성을 불렀다. 그러나 이들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나온 정책―토지관리 분권화, 재능·교역·투자·자본 흐름을 시장이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역시 발전에 필수적인 것이었다.

중국 지도부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다. 위험을 피하기보다 정책 실패를 역전시키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다. 또 필요하다면 실수에 대한 대가도 기꺼이 치를 준비가 돼있다. 외환보유액으로 추측 가능한 중국의 저축을 감안할 때 중앙정부는 이를 감당할 재정적 여유가 있다.

지금의 반부패 캠페인은 과거 정책이 초래한 또 다른 부정적 결과를 바로잡으려는 중국 지도부의 노력으로 봐야 한다. 방식은 두 가지이다. 정부는 일부 국영기업을 민영화해 시장경쟁을 통해 경영진의 행태가 감독되도록 하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통상 더 큰) 국영기업 경영진을 공무원처럼 간주해 당 규율 등을 포함해 공공의 책무에 봉사하도록 하려 한다.
6월 초 시진핑 국가주석은 새로운 일련의 방안들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그 속도나 규모, 복잡성에서 전례 없는 구조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실질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다행히도 중국은 다음 단계 구조전환에 필요한 경험과 수단 모두를 갖고 있다.

앤드루 셩 펑 글로벌 연구소 석좌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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