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삼성물산 합병, 미래를 위한 선택

7월 17일로 예정돼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주총회 합병결의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헤지펀드 엘리엇이 치열한 의결권 위임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외국인투자가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회사인 ISS가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ISS는 "합병 절차는 적법하지만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주주에게 현저히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ISS도 인정했지만 양사 합병발표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가는 총 14.6%나 상승했다. ISS는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삼성물산 주가가 20%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합병하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하다고 하면서 합병이 실패하면 주가가 20% 이상 빠진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다.

둘째, 합병비율 1대 0.35는 협상이 아닌 대한민국 법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이 대한민국 법원에서 기각됐으며, 합병비율을 바꿀 수 없다는 점도 직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ISS는 반대를 권고했다. 이는 결국 자국법을 어기고 엘리엇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라는 것인데 말이 안 된다. 자문회사란 해당 국가의 법제도를 전제로 그 타당성 검토를 할 때 존재가치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그 진의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셋째, ISS는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전망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평가하면서 합병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해당 기업 경영진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다. 삼성물산 측도 "ISS가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 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 의도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밝히고 있다. 즉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ISS 측이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지금까지 세계적 대기업들의 합병 과정에서 ISS가 권고를 해왔지만 주장이 항상 옳았던 것도 아니고, 주주들이 ISS 의견을 따른 것도 아니다.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2013년 메트로PCS와 T모바일 USA의 합병, 2012년 클렌코어와 엑스트라타의 합병에 대해 ISS는 "합병의 장점이 매우 미미하며 시너지가 의문스럽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지만 주주들은 이를 거부하고 압도적 비율로 합병에 찬성한 바 있다.

어찌 됐건 기업 경영을 둘러싼 경영진과 주주 간의 이견은 어느 측이 다수의 주주로부터 지지를 받는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분명한 것은 경영권이 안정된 회사는 성장할 확률이 높지만, 경영권이 불안한 회사는 대부분이 시장에서 사라졌고 지금도 사라져 가고 있다는 점이다.

헤르메스가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5% 사들였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제 해외 펀드들이 국내 우량기업의 경영에 관여하기 위해 대대적인 공습을 하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수없이 먹튀 논란을 가져온 헤지펀드나 벌처펀드에 국내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데도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만 문제 삼고 있다는 점이다. 엘리엇이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제를 들먹이며 위협한다 해서 정부가 그냥 손놓고 있을 때인지 묻고 싶다. 우리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기업소송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