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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그리스의 위험한 도박, 유로존 깨지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6 16:55

수정 2015.07.06 16:55

국민투표서 긴축안 거부 '홀로서기' 더큰 고통 임박

유로존이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리스 국민들은 5일(현지시간) 치러진 국민투표에서 국제채권단이 추가 구제금융 제공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긴축안에 대해 반대를 선택했다. 그리스의 앞날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경제가 자생력을 회복하려면 대폭적인 채무탕감과 만기연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77%에 달해 자력으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사태는 유럽의 경제통합에 있어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는 개별 국가의 경제상황과 경쟁력의 차이에 대한 고려 없이 단일 통화권으로 묶은 것이 무리였다는 점이다. 유로화 도입은 한동안 유럽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08년의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부유럽 국가들이 잇따라 재정위기에 직면했다. 통화통합은 이들 나라의 통화 및 환율 주권을 상실케 해 자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독자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채무국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채권국 국민들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지금 독일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그리스 정부는 530억유로의 부채탕감을 요구하고 있다. IMF가 제시한 탕감 규모와 일치한다. 여기에 가장 발끈한 것은 독일 국민들이다. 그리스의 부채를 탕감해주면 결국 최대 채권자인 독일 국민들의 세금부담 증가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국민투표 이후 그리스 금융시장은 패닉 상태다. 그리스 은행들은 채권단의 긴급 자금지원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증시가 부양책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유로존은 7일 긴급 정상회의를 열어 그리스 사태 대처방안을 논의한다. 그리스에 부채를 탕감해주고 구제금융을 계속 지원할 것인지, 아니면 구제금융을 끊어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좌파정부는 부채탕감과 함께 최장 20년간의 채무 만기연장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이 그리스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통합은 경쟁력이 약한 나라에는 고통을, 경쟁력이 강한 나라에는 희생을 요구하는 과정이다.
그리스 사태가 그 점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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