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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조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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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개편은)한국 자본시장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거래소 지주회사 발표는 너무 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초 금융위원회는 코스닥시장을 독립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자 급히 차선책(거래소의 지주회사)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래소는 이 중요한 자료를 단 며칠 만에 만들어야 했다.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지난 2일 거래소의 지주체제 개편을 공식 선언하며 발표한 '전략 과제'들은 10개중 9개가 이미 나와 있던 재탕이었다.

총 36개 세부 과제를 분석해보니 92%(33개) 사업 항목이 과거에 추진했거나 지주회사 전환과 무관하게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중복된 33개 추진 사업은 올초 거래소의 주요 사업계획과 선진화 전략에 포함됐거나 과거부터 진행하던 당연 사업, 심지어 타당성 없음으로 결론 난 사업까지 대거 묶였다. '사골' '재탕' '급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나마 신규 사업으로 분류한 '창업지원센터 설립' '크라우드펀딩 활성화 지원' '해외사무소 설치' 등도 이미 유관 기관이 하고 있거나 꼭 지주회사가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한 사업이다.

금융위와 거래소의 이번 발표 목적은 명백하다. 지주회사 전환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꺼낸 카드 중 9할이 헌 카드다.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그래서 왜 하는 건데?"라는 꼬리표가 남는다.

발표 당일 기자 브리핑에선 이사장이 말한 거래소의 '획기적인 방안'이 올 초 배부된 주요 사업계획과 겹친다는 지적이 나왔다.

거래소 주주인 회원사들도 여러가지 문제를 지배구조 변경으로 해결한다는 접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형 증권사들은 시스템 변경에 따른 비용이 부담스럽다. 거래소 노조도 '파업불사'를 외치고 있다.


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지주회사를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사업 차별성을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의 조급함이 잡음을 키우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