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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이사람] 덕형포럼 강연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의료개혁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8 17:55

수정 2015.07.08 22:27

[fn 이사람] 덕형포럼 강연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의료개혁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공급자(의사)가 독점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의료보건 분야에선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부의 개입이 필수다. 미국과 중국도 최근에는 의료보건시장에서 정부의 개입을 늘려가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양을 넘어 질적으로 어떻게 운용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8일 서울 강남대로 엘타워에서 열린 덕형포럼(회장 변창구 서울대 교수) 조찬모임에서 양봉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진)는 '우리사회와 보건의료체계'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 한 정부의 개입은 최소화하는 것이 맞지만 보건의료 분야처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공영역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국민의 건강을 수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을 전공한 양 교수는 국내 대표적 보건경제학자로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보건의료분야를 분석하는 전문가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197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양 교수는 198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보건의료 시장에서는 수요자의 정보가 '0'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을 설명했다. 양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정보를 완벽하게 가지고 있지 못해 어느 병원에 가서 어느 의사를 찾아 어떤 진단을 받을지, MRI를 찍어야 하는지 CT를 찍어야 하는지조차 판단이 안 선다"며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면 소비자가 스스로 MRI가 필요없다고 거부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의료시장에선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건의료 소비자의 정보불균형을 설명했다.

이어 "개인의 건강상태는 변화가 많고, 독특하기 때문에 경험이 반복된다고 해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결국 공급자(의료진)에게 판단을 모두 맡겨버리게 돼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보건의료산업 특성 때문에 유럽과 캐나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보건의료 시장을 민간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상당 부분 개입하고 있다는 게 양 교수의 설명이다. 더 나아가 그동안 민간에 상당부분 보건의료 시장을 맡겨온 미국와 중국조차도 최근에는 의료개혁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미국은 국민총생산(GNP)의 17%가 의료비로 들어가는 지구상 유일한 나라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8~9%인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준"이라며 "대부분의 국가는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국민건강 수준이 더 높지만 미국은 많은 돈을 들여도 국민은 건강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이런 미국에 최근 변화가 일고 있다. 70년 넘게 실패해온 미국 의료개혁이 진일보한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중국 역시 지난 2003년 이래 의료체계 변화를 단행해 현재 전 국민의 96%가 정부의 케어를 받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한국이 전 국민을 건강보험에 가입하도록 한 선택은 옳았다"며 "다만 이제는 이를 기반으로 좀 더 효율적 운용방식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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