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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中企 지원의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 보호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09 17:54

수정 2015.07.09 17:54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中企 지원의 가장 좋은 방법은 소비자 보호

정부는 조세 감면, 기술개발 지원, 대기업 규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왔고 올해 중소기업청의 관련 예산만도 8조원에 이르지만 여전히 문제는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중소기업이 시장실패나 소비자실패로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지는 일이 없도록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기술개발, 판로확대 등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란 이유만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자원을 낭비하고 국가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

필자가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S대기업의 스마트폰이 100만원일 때 동일 성능의 중소기업 것이라면 얼마에 사겠느냐"고 질문했더니 대체로 70만원 이하여야 산다고 답했다. 즉, 소비자 선택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S대기업에 비해 30% 이상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같은 성능인데 왜 30% 이상 싸야 중소기업 것을 사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때 중소기업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듯해서"를 주요 이유로 뽑았다.
소비자들이 믿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제값을 받기 어렵고, 결국 "고장 나도 할 수 없지"하는 싼 상품을 만들어 가격경쟁을 하거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수밖에 없게 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연간 중소제조업 생산액은 약 750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직접 소비자가 구매하는 비율을 정확히 산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림잡아 3분의 1 정도라면 연간 250조원 정도를 소비자가 구매하게 되는데, 만일 중소기업 상품이란 이유로 15~20% 정도 디스카운트한다면 중소제조업은 대략 연간 50조원 정도의 손실을 입게 된다.

기업이 독자적으로 소비자 신뢰를 얻으려면 상품도 잘 만들어야겠지만 막대한 비용의 광고.마케팅을 통해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떤 상품이든 소비자들이 쉽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게 소비자보호를 강화한다면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불신도 감소하고, 이로 인해 디스카운트가 5%포인트 정도만 줄어도 중소제조업에서만 연간 15조원 이상의 이익을 보게 된다. 소비자보호 강화라지만 기업들에게 약속을 철저히 지키라는 당연한 일로, 큰 비용 들이지 않고 현재 중소기업 지원예산의 2배에 가까운 효과를 보는 것이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기업 부담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소기업이 소비자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되고, 일부 비양심적 기업들로 인해 다수 중소기업들이 손해 보는 것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소비자권익기금 추진이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그나마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도 정부가 예상하는 출연금액은 300억원 정도로 공정위가 법을 위반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기업들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5%에 못 미친다. 정부가 직접 지원하기보다 소비자들이 중소기업을 돕도록 지원하는 데 눈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

yis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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