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눈 먼 보조금,나눠 준 정부 탓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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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보조금이 다시 '눈먼 돈'임이 드러났다.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진행 중인 국고보조사업 중 1422건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절반인 688건이 부실하게 운영됐다.연간 국가예산의 15%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이 여전히 줄줄 샌다는 게 확인된 것이다. 사업 목적이 불분명한 데도 65건에 1200억원의 혈세가 지원됐다. 총 6조7000억원이 투입된 275건은 사업비가 뻥튀기됐고 1조3000억원이 투입된 71건은 사업비를 중복 요청하는 방법으로 예산 낭비를 불렀다. 8조8000억원 규모의 202개 사업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고보조금은 국가의 주요 정책의 필요에 따라 민간이나 지자체·공기업 등이 펼치는 특정사업을 원활히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 중앙 정부가 내주는 돈이다. 올해는 2502건 58조4000억원의 국고보조금 예산이 배정됐다. 국고보조금은 융자금과 달리 갚을 필요도 없다. 관리 주체가 불분명한 사업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다 감시까지 부실하다보니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온다. 민간 사업자나 지자체가 보조금을 부정하게 타 내거나 사업과 무관한 개인용도 등으로 쓰다가 적발되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이유다.

이번 실태 조사결과를 뒤집어보면 정부가 국고보조사업 부실을 키운 거나 다름없다. 사업 선정 단계부터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게 1차적인 문제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번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국고보조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2017년까지 1조8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초에 잘못한 걸 탓하기보다 잘못했던 걸 바로잡아 예산을 절감하게됐다고 내세우니 이런 역설이 있나.

기재부는 작년 말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책을 내놓았다. 그런데도 개선되기는 커녕 부정 행위는 여전하다. 여기에는 '심판'이 잘못한 탓이 크다.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고보조금의 부실을 방치하거나 관리·감독을 소홀히한 담당자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국고보조금을 부실 운용한 기업이나 기관,관계자에 대해서도 일벌백계해야 한다. 부정하게 쓰인 보조금을 끝까지 회수하는 건 기본이다.

나머지 모든 국고보조사업에 대해 전면 실태조사를 벌여 잘잘못을 명명백백하게 가려서 '국고보조사업=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아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방이다.국고보조사업 선정 단계부터 적정한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