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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선심성 무상복지 추경은 안된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0 17:07

수정 2015.07.10 17:07

공짜티켓·상품권 남발 안돼 세입추경 연례화 지양해야

정부가 제출한 11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시작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별도로 6조2000억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예산안 심의에 임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자세가 헤프기 이를 데 없다. 추경의 재원은 본예산과 마차가지로 국민이 낸 혈세다. 하지만 마치 예산 보너스라도 되는 양 선심 경쟁에 여념이 없다.

정부 여당은 공연티켓 한 장을 사면 정부 부담으로 한 장을 덤으로 얹어주겠다고 한다.
그 예산 소요액 300억원이 정부안에 반영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한술 더 떴다. 차상위계층 이하인 저소득층 200만가구에게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상품권 10만원씩을 나눠줄 것을 주장한다. 여기에는 2140억원이 소요된다.

이번 추경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및 가뭄 피해에 대한 지원과 경제 살리기가 목적이다. 메르스 여파로 공연장에 관람객이 줄어 공연계가 피해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정부가 공짜표를 돌리는 것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저소득층에 상품권을 공짜로 나눠주고 전통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라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건이 안 팔리니 정부가 예산으로 대신 사주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하책이다.

일본은 지난 1999년 소비촉진을 위해 일부 부유층을 제외한 국민을 대상으로 상품권(대략 10만~30만원)을 지급한 적이 있다. 대만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국민에게 상품권을 지급했다. 그러나 소비촉진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았다. 현금화해서 다른 곳에 쓰거나 은행에 저축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삼성·현대차·LG·KB국민은행 등 일부 그룹이 최근 자사와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전통시장 상품권을 나눠주겠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이 사내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도 적극 협력하겠다는 것이어서 박수를 보낼 만하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까지 덩달아 공짜 티켓이나 상품권을 돌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기본적으로 기업이 자기 돈으로 선심을 쓰는 것과 국가가 나랏돈으로 선심을 쓰는 것은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공짜복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국민의 건전한 경제 마인드를 해칠 우려가 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유권자를 상대로 선심성 정책 경쟁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수부족분 5조6000억원에 대한 세입추경도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추경은 재난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긴급한 재정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경제예측 능력 부족으로 매년 막대한 세수펑크가 생기고 있다. 이를 때우기 위해 추경이 거의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된다.
이는 재정의 건전한 운영을 해치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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