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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증시 '徒勞无功'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0 17:08

수정 2015.07.10 17:08

[월드리포트] 중국 증시 '徒勞无功'


'徒勞无功, 无濟于事.'

중국인들은 쓸데없이 힘만 낭비하고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徒勞无功'(투라오우공), 어떤 일을 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될때 '无濟于事'(우지위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최근 이 말을 사용하는 중국인이 늘고 있는데 이는 중국 당국의 온갖 증시부양책에도 속절없이 추락하는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지금부터 1년 전인 지난해 7월 11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033.00에 불과했지만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시행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12일 5178.19로 올 들어 최고치를 찍으면서 11개월 만에 154.7% 상승했다.

당시 기자가 베이징 중심에 위치한 중신건투증권 객장을 방문했을 때 '다마'(아줌마·씀씀이가 큰 40~50대 중년여성)들까지 도시락을 싸들고 객장을 찾는 모습을 목격했다. 흔히 아줌마 부대가 집안일을 뒤로하고 객장을 찾으면 '상투'를 잡을 때라는 말이 있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는 왕젠(49)은 "이번 증시 랠리는 과거 2005~2007년 증시가 급등한 뒤 폭락했던 때와 비교해 지수는 천천히 오르고 주가는 많이 올라 상황이 다르다"면서 "증시가 7000 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주가는 지난 8일 3507.19까지 폭락하면서 한 달도 안 돼 32.2% 하락했다. 이 기간에 '대박'을 꿈꾸던 투자자들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져 집단투매에 나섰으며 상하이·선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2800여개 상장사 중 절반이 넘는 1400여개 기업이 증시 폭락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거래정지를 앞다퉈 요청했다. 중국 당국이 폭락장세를 막기 위해 온갖 부양책을 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왜 잘나가던 중국 증시가 갑자기 폭락했으며 중국 당국의 각종 부양책에도 증시가 살아나지 않았을까.

[월드리포트] 중국 증시 '徒勞无功'


우선 증시 폭락의 시발점은 지난달 초 과열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신용거래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시작된 매도세다. 현재 중국 투자자는 9000만명에 이르고 이 중 80%가량이 개인투자자인데 이들은 대부분 신용거래를 통해 증권사에서 자금과 주식을 빌려 투자해 왔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된다는 소식이 매도를 촉발한 것이다.

이후 중국 당국은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지난달 28일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신용거래 규제 완화, 수수료 인하 등 1차 부양책에 이어 기업공개(IPO) 잠정중단 등 2차 부양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증시가 계속 폭락하자 상장기업 대주주 등의 증자 허용, 시중은행들의 만기도래 주식담보대출 연장 등 3차 부양책을 발표하고서야 증시가 반등했다.

지난 2주간 거의 매일 증시부양책을 발표했는데도 이처럼 회복이 더딘 근본적 이유는 중국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의 증시 부양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다. 또한 중국의 경기둔화로 2·4분기 성장률이 당초 목표치(7.0%)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데도 최근 리커창 총리가 "주요 경제지표가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베이징 지도부가 벅차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라고 비꼬았다.

항상 그렇듯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기본에서 찾아야 한다.


이번 증시 폭락 사태도 중국 지도부가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보다는 무리한 부양정책으로 증시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험대에 오른 시진핑정부가 증시 부양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동안 추진해 온 각종 개혁조치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기업들의 펀더멘털을 향상시키려는 근본적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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