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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밀라노엑스포와 한식의 세계화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2 16:39

수정 2015.07.12 16:39

[차관칼럼] 밀라노엑스포와 한식의 세계화

볼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엑스포는 세계 진귀한 물건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의 장이었다. 전화기, 자동차, 텔레비전 등 이젠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물건들도 알고 보면 모두 엑스포를 통해 전 세계에 존재를 알렸고 프랑스 에펠탑, 영국 수정궁 등의 건축물도 각각 1889년 파리엑스포, 1851년 런던엑스포를 통해 세계인에게 첫선을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흔하게 먹을 수 있는 햄버거와 와플 등의 음식 역시 엑스포를 통해 세계로 퍼져나갔다. 빵 사이에 고기와 채소를 끼워 먹는 햄버거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엑스포 때 밀려드는 손님을 미처 감당하지 못해 음식 장수가 빠르게 음식을 만들다 탄생했고, 벌집 모양으로 납작하게 생긴 와플 역시 14세기 중반 유럽에서 생겨나 1964년 뉴욕엑스포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엑스포의 이런 숨은 재미가 새삼 생각나는 까닭은 지금 바다 건너 이탈리아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2015 밀라노엑스포 때문이다. '지구 식량 공급, 생명의 에너지(Feeding the Planet, Energy for Life)'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엑스포에는 총 145개국이 참가해 자국의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우리 역시 한식을 소재로 우리의 맛과 멋 뽐내기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엑스포 개막 두 달여를 맞은 현재, 달항아리를 형상화해 만든 우리나라 전시관은 관람객의 높은 호응을 얻으며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루 방문객 수만 평균 1만3000명에 달하며, 엑스포 입장객 7명 중 1명은 꼭 들르는 인기 전시관이 된 것이다.

현지 언론도 한국 전시관을 '가장 돋보이는 관' '엑스포장에서 음식이 가장 맛있는 곳'으로 치켜세우며 한국관의 건축미와 미디어예술 전시, 한식 레스토랑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엑스포 공식사이트에서도 한국관은 '엑스포장에서 놓쳐서는 안 될 10대 볼거리'로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예상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의 이 같은 인기가 의미 있는 까닭은 그동안 적지 않은 시간 노력해온 한식의 세계화가 다시 한번 가능성을 확인받는 자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비결은 문화에 있었다. 음식의 맛에 멋, 즉 문화를 더하자 가치의 재발견이 이뤄진 것이다.

이번 밀라노엑스포 한국관은 음식뿐 아니라 음식을 담는 식기, 음식에 담긴 이야기, 음식을 먹는 분위기 등을 두루 고려해 음식을 매개로 한 한식 문화 전반을 소개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또 '음식이 곧 약'이라는 우리네 전통 사상을 기반으로 한 한식의 건강함이 강조됐다. 조화.발효.저장 등 우리네 먹거리에 담긴 자연친화적 조리법은 음식뿐 아니라 현대적 미디어예술 기술로 표현되며 세련미를 더했다. 한마디로 새로운 스타일링과 고급화로 한식의 숨은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이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이번 밀라노엑스포는 한식 세계화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특히나 음식에까지 문화와 예술의 가치와 역사를 존중하는 이탈리아에서 이 같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밀라노엑스포 폐막까지 앞으로 남은 기간은 석 달 반. 그사이 더 많은 관람객이 한국관을 찾을 것이고, 우리의 음식과 문화를 맛볼 것이다. 한국관의 전시와 운영은 관람객의 의견을 들어 좀 더 새롭고, 좀 더 매력적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될 예정이다.
햄버거와 와플이 엑스포를 발판으로 세계적 음식으로 뻗어나갔듯, 우리의 비빔밥과 갈비 등이 밀라노엑스포를 계기로 더욱 많은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음식이 되리라 확신한다.

박민권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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