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요동치는 세계증시 속 밤을 잊은 여의도 증권가

그리스 사태로 밤새 투자문의 폭주.. 12시간 근무 강행도
美·유럽 등 모니터링 해외 증시정보 전달에 0.1초간 시간싸움도 일쑤 하룻밤 평균 50통 이상 문의
해외 직구 투자자도 불안 널뛰기 장세땐 밤잠 설쳐

지난 10일 자정을 향해 달리고 있는 시각. 최근 연이어 발생한 그리스 시태와 요동치는 중국 증시로 인해 고객 전화가 연초보다 3~4배가량 급증했다고 한다. 한 증권사 글로벌사업부 직원이 뉴욕증시 개장을 전후로 쏟아지는 투자자들의 문의 전화에 답하고 있다.

'낮보다 치열한 밤의 전투'를 벌이는 이들이 있다. 긴박한 전 세계 주식시장을 주 무대로 해외 현지 증시의 변동사항과 투자정보 등을 적재적소에 전달하는 일을 맡고 있는 여의도 증권사 글로벌 사업(영업)팀. 우리나라 시각으로 밤 10시30분 개장하는 미국 증시와 오후 4시부터 자정이 넘어야 폐장하는 유럽 증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주로 밤에 깨어있는 '용병'들이다.

지난 10일 오후 10시 서울 여의도의 A증권 해외영업팀 사무실. 새로운 하루의 시작처럼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근 들어 연이어 발생한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등으로 모니터링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A증권 글로벌사업부 관계자는 "개장 30분 전부터 한두 시간은 거의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고객 전화 문의가 쇄도하기 때문에 자리를 뜰 수 없다"면서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의 후강퉁(홍콩·상하이 증시 간 교차거래)을 계기로 해외 시장에 관심을 갖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투자정보 요청 콜(Call)이 많게는 4배 이상 급증했다"고 말했다.

■밤부터 새벽까지 투자문의 폭주

올해 상반기 연이어 터진 그리스 협상 불안요소와 중국 증시 여파로 해외에 관심을 갖는 기관 및 개인 투자자에게 해외 증시정보를 전달하는 일은 단 0.1초간의 시간싸움으로까지 번지기 일쑤다.

현장에서 만난 S씨는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단순 주문이나 해외 증시 동향을 묻는 전화가 많았지만 지금은 해외 주식 직구족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투자 요구사항도 많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또 "대부분 온라인 주문이 가능하고 정보도 실시간으로 쏟아지다 보니 '제일 먼저, 누구보다 빨리' 고객에게 적절한 해외 시황을 전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했다. 특히 유럽 증시의 경우 전화 주문만 가능해 그리스 이슈와 맞물린 유럽 투자문의가 폭주하고 있다고. 이날 밤에도 투자문의를 하는 전화벨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보통 하루 3교대 근무로 이뤄지는 증권사 글로벌사업부에선 해외 증시 개장 직후 전날 종가부터 기준 환율 및 계좌 개설과 주문 절차를 통한 주문주식 수, 여타 해외 동향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의 매수·매도까지도 도와주고 있다. 1~2년 전부터는 기관이나 전문 투자자 대상 영업이 확대되면서 건별 맞춤형 투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해외 시황을 눈여겨보고 있던 K씨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그리스 사태로 인해 유독 유럽 투자와 관련해 문의하는 전화가 많게는 하루에 100통 가까이 될 정도로 쇄도한 적도 있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일엔 급기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주식 거래가 네 시간 가까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해 그날은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강행군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야간 데스크 직원 한 명이 매일 밤 받는 전화는 평균 50여통. 지난해보다 곱절은 많아졌다는 게 해외영업팀 직원들의 얘기다.

■해외 직구 투자자, 불안과 기대

"지금이라도 발을 빼야 하나요? 그대로 가져가도 되나요?"

최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이 출렁이면서 해외 시장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루 반등하는가 하면 2~3일 연속 급락하는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중국·미국·유럽 등에 직접투자하는 해외주식 '직구족'도 밤잠을 설친다. 해외 시장의 우량종목을 발굴해 장기투자를 지향하는 이들이지만 하루에만 5% 안팎 출렁이는 차트를 보면서 밤마다 가슴을 졸인다.

지난 10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빌딩 사무실. 전업투자자인 P씨는 "며칠 동안 장 초반 상승하다가도 급락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 밤에도 야후 파이낸스에서 시세를 보고 게시판을 들락거리면서 분석글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화됐다"면서 "차라리 인터넷 선이라도 뽑아버리고 관심을 끊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스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면서 다시 유럽 시장에 발을 들여볼까 고민하는 투자자도 있었다. L씨는 "올 들어 (유럽증시가) 계속 올랐는데도 펀드에 올라타지 못해 재미를 못 봤다"면서 "더 이상 떨어지지도 않을 것 같고 반등 기미도 보이는데 상장지수펀드(ETF)라도 조금씩 사 모을 타이밍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한국시간 오후 10시30분부터 장이 서는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L씨. 그는 최근 그리스 사태를 비롯한 유럽 시장의 움직임 외에도 미국내 시장지표와 유가동향 등을 챙긴다고 했다.

gms@fnnews.com 고민서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