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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91조원' 투자로 이어지려면..

윤정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3 17:13

수정 2015.07.13 17:13

[차장칼럼] '91조원' 투자로 이어지려면..

'91조원'. 이는 지난 9일 열린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밝힌 민간기업의 올해와 내년의 설비투자 규모다. 산업부가 밝힌 91조원의 집계 기준은 이렇다. 기업이 이미 주요 설비투자 프로젝트를 착수하거나 현재 기업과 정부 당국이 협의 중인 프로젝트 및 공장 신증설 투자, 그리고 지난 2월 주요 기업 투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밝힌 올해 계획분 34조4000억원이다.

올해 계획분 34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내년 공장 신증설 등 설비투자 규모는 56조6000억원에 달한다는 것.

엄청난 규모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가뭄 극복, 서민생활 안정, 지역경제 활성화에 역점을 둔 올해 추경안(11조8000억원)을 5배나 웃도는 수치다. 여기에다 올해 30대 기업이 올해 설비 등 시설에 45조원 안팎을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들의 내년 설비투자는 올해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 그룹이 올해 136조4000억원을 투자에 쏟기로 했으며, 이 중 올해 설비에 45조원가량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언뜻 봐서 산업부가 '오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미 기업들이 밝힌 올해 투자계획은 인정할지언정 기업들의 단순 모색 수준의 프로젝트까지 포함해 수치를 뻥튀기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때문에 '91조원'은 실체가 불분명한 '허수'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이날 산업부가 밝힌 91조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언급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실체가 없는 수치를 발표한다는 게 적어도 공직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기업 설비투자 91조원은 실체는 있으나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프로젝트가 원활한 투자이행을 위해 정부는 핵심 기자재 수입관세 감면을 확대하고, 주요 투자 프로젝트별 '전담지원관'을 지정.운영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정부 당국의 정책적 지원에 따라 91조원은 설비투자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정책적 지원이 안되면 '빛 좋은 개살구'로 매듭될 수도 있다는 것.

결과가 뭐든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91조원에 달하는 기업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쳐선 안된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91조원의 프로젝트가 '모색'이 아닌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또한 미래투자 성격이 큰 관련 산업에 돈이 몰리도록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업의 빠른 사업조정을 돕는 '원샷법(산업활력법)'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투자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길목에서 원샷법이 기업들의 선택을 재촉하는 방아쇠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yoon@fnnews.com 윤정남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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