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불신 받는 한은의 경제전망

한은의 경제전망이 부실하다. 올 들어 분기마다 경제전망을 대폭 수정하느라 바쁘다. 지난주에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로 내렸다. 지난해 7월에 제시한 전망치는 4.0%였다. 지난 1년 사이에 4번의 하향 조정을 통해 1.2%포인트를 내렸다. 분기별 인하폭은 0.3~0.5%포인트나 됐다.

한은은 매년 1월에 다음 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한다. 이후 분기마다 경제상황을 반영해 미조정을 해 전망치를 실적치에 접근시킨다. 미조정은 보통 0.1~0.2%포인트 이내로 미세하게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기준에 비춰보면 올해의 분기별 조정은 미조정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최초의 성장률 전망치가 무리하게 높게 설정됐음을 의미한다. 물가 전망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1.8%포인트나 낮아졌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불신받고 있다. 수치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향이 오락가락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2013년에 경기저점을 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예상했던 흐름대로 이어진다면 (올해 성장률이) 적어도 지난해 이상은 가지 않나 예측한다"고 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3.3%였으므로 올해에는 3%대 중후반은 무난하리라 예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이 총재의 예상과 반대 방향이었다. 며칠 뒤 두 건의 실적 지표가 발표됐는데 모두 내리막이었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에 비해 3.7% 감소했고 수출은 무려 10%나 줄었다. 한은은 결국 두 번의 기준금리 인하와 두 번의 성장률 전망치 수정으로 대응했다. 되짚어 보면 이 총재가 국회에서 낙관론을 펼치던 시기에 경제는 상당히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다. 불황의 신호를 놓친 것이다.

올초부터 일본과 유로존, 중국 등 거대 경제권은 경쟁적으로 통화완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호주와 인도, 싱가포르 등도 가세했다. 미국만 빼면 통화완화 정책이 세계적인 조류였다. 한국은 뒤늦게 그 조류에 합류했다. 한은의 경제예측이 정확하지 못해서 빚어진 혼선이었다.

한은이 경제전망을 잘못하면 그 피해는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광범위하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에 걸림돌이 된다. 최악의 경우 타오르는 경기에 기름을 퍼붓거나, 반대로 식어가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을 자초할 수 있다. 재정정책에도 주름이 간다. 우리나라가 올해까지 4년 연속 세수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것은 경제전망의 오류에서 빚어진 측면이 크다. 이런 식으로 야기된 재정사업 차질액만 4년간 27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은의 전망 오류는 정부와 국책.민간기업 연구기관들의 전망 오류로 연결될 위험이 크다.

한은 총재는 대한민국 최고의 이코노미스트로 인식된다. 또한 수백명의 젊고 유능한 이코노미스트 사단을 지휘하며 이 중에는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조사 전문 인력만 100여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경제전망이 부실한 이유가 뭘까.

과거의 고성장.고물가 시대에 형성된 고정관념을 벗어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3%대로 낮아진 지 오래다. 최근에는 2%대라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전망 기관의 의욕 과잉은 금물이다. 경제가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
이 경우 전망은 현실을 상회하게 되고 다시 하향 조정을 관행처럼 되풀이하게 된다. 계량모델에만 의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계량적 기법보다 노련한 분석가의 감(感)이 더 정확할 때가 많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