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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교육정책 '5년짜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7 17:00

수정 2015.07.17 17:00

[여의도에서] 교육정책 '5년짜리'에 그치지 않으려면

주식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말 중에 대표적인 것이 '불확실성'이다. 보이는 악재보다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더 불안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실적이 악화된 기업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다가 실적발표 당일을 기점으로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 뭉칫돈을 들고 움직이는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불확실성을 꺼린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정책 리스크, 즉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다. 특히 정책의 불확실성은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일관되게 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없어야 하는 분야는 교육이다. 굳이 '100년지 대계'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사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항상 미래를 준비하며 교육을 시킨다. 요즘은 인터넷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되며 정보를 공유해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자녀교육을 설계하는 부모들도 많다.

교육부는 어떨까. 사실 외부로 알려지지 않을 뿐 정부 부처들은 매일매일 수없이 많은 정책을 만들어 내고 수정, 보완을 하고 있다. 외부로 내세워 공개할 정도라면 말 그대로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현 교육부의 5대 핵심과제인 자유학기제, 공교육정상화, 지방교육재정 개혁,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양성, 일·학습 병행제 확산이 그런 경우다. 지금도 여러가지 세부 사업이 이 다섯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되고 힘이 실린다. 이런 정책들이 하루아침에 정착이 될 수는 없다. 꾸준히 지원을 하고 제도를 만들어내고 현장의 반응을 모아서 보완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과거에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어떨까.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이명박정부 당시 교육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했던 사업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스마트 러닝이다. 특히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당장에 교실환경을 바꿀 것처럼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사업이다. 당초 계획은 2012년까지 학습모델을 개발하고 2014년부터는 초.중등학교, 2015년에는 고등학교까지 확대해 학교교육 현장에 전면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2015년에도 이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예산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고 후속 정책은 없다시피하다. 사실상 잊혀진 정책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교과서를 준비했던 업체들만 오리알 신세가 됐다. 수십억원을 투자해 만들어놨지만 지금처럼 시범사업 수준에서는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디지털교과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는 업체는 한 곳도 없을 정도다.

비슷한 사례가 한식의 세계화 사업이다. 영부인까지 나서 한식 세계화를 강조하며 예산을 쏟아부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식조리학교가 이슈로 떠오르며 지자체들 간에 유치 경쟁까지 붙었다. 하지만 '한식의 세계화' 얘기는 쏙 들어가 버린 지 오래다. 국제적 감각의 한식 스타셰프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만들겠다며 출발한 한식조리학교 역시 지방의 조리관련 학교로 전락할 처지다. 그나마 최근의 셰프 열풍 때문에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은 다행이랄까.

이쯤되면 현 교육부의 5대 핵심과제도 걱정이 된다. 특히 새로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학기제나 일·학습병행제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꾸준히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다. 디지털교과서와 마찬가지로 자유학기제 역시 관련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정책이 세상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또다시 '5년짜리 정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모와 학생들에게 신뢰와 지지를 얻어야 한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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