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자율적 집회 열리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박인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19 17:39

수정 2015.07.19 17:39

[특별기고] 자율적 집회 열리는 대한민국을 꿈꾼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외신들이 우리나라 이미지를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불법 폭력시위'였다. 2009년 대통령 직속기구였던 국가브랜드위원회도 우리나라 브랜드를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의 하나로 폭력시위를 꼽았다고 하니 외국에서 우리를 보는 시선이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그러나 최근 집회 통계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 집회·시위문화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2004년 대비 2014년) 불법·폭력시위 비율은 3분의 1 가까이 감소해 지난해 불법폭력시위는 단 35차례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또 집회관리 과정에서 부상한 경찰 숫자도 2004년 620여명에서 지난해 78명으로 줄어드는 등 준법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이지만 공공질서 유지나 타인의 권리에 지나친 침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일정한 제한이 존재한다.
제한선을 넘지 않도록 질서를 유지하고 통제하는 일은 경찰력을 활용해서도 할 수 있지만 집회 주최 측이 준법의식을 갖고 자율적으로 통제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경찰은 주최 측의 자율적 집회관리를 존중하기 위해 공공안녕 및 질서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집회현장에 경찰력 배치를 최소화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전체 집회의 76.5%를 경찰부대 배치 없이 관리한 바 있다. 준법집회 문화가 좀 더 정착되고 자율적 집회 저변이 확대된다면 국가이미지 제고 및 불법시위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는 물론이고 나아가 집회에 투입되던 경찰력을 민생치안에 전환배치, 치안안정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기본권이자 자유민주주의사회 제도의 기본 골간으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방종과 구별돼야 하는 자유에는 반드시 자율과 책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집회시위의 자유에는 자율적 책임의식이 수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에도 자율적 집회시위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이것이 바로 '질서유지인 제도'다. 질서유지인이란 집회시위 주최자가 자신을 보좌해 집회시위 질서를 유지하게 할 목적으로 임명한 사람인데 질서유지인을 둔 경우 행진신고 금지·제한 규정을 다소 완화하는 등 집회이 자율성을 좀 더 확대해 부여하고 있다.

사실 질서유지인 제도는 1989년 도입 이후 다소 형식적으로 운용돼온 측면이 있다.
준법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집회 주최측 자율적 활동에만 질서 유지를 맡기기 힘들었던 것이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만약 우리나라의 준법 집회시위 문화가 확산된다면 질서유지인 제도 내실화와 함께 '자율적인 집회'라는 개념도 충분히 정착될 수 있다고 본다.


훗날 누군가 '집회'라는 단어를 접할 때 '경찰과 시위대의 대립'이 연상되는 게 아니라 '질서유지인을 통한 자율적 질서유지와 경찰의 집회 보호'를 떠올리는 시대가 올 수 있도록 시민의식 성숙과 집회문화 발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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