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칼럼]

취업난, 열쇠는 누가 쥐고 있나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청년들이 겪고 있는 좌절감은 장미족(장기 미취업자), 청년실신(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마련을 포기한 세대) 등의 신조어로 표현된다. 청년실업의 원인은 다양하고 구조적이다. 그중 중요한 것 몇 가지를 꼽아보자.

첫째, 경제성장률이 2000년대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특히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대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아주 안 좋다.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48개 기업집단의 작년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기업집단이 23개에 달했다. 또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기업집단은 16개였고, 이 두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기업집단은 10개였다. 심각한 경영악화로 이들은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연명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대기업들이 이럴진대 중소기업의 상황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둘째, 산업수요와 단절된 대학 교육 역시 문제다. 일전에 어느 지방대 교육학과에 다니는 학생을 만난 적이 있다. 그 학생이 교수님께 취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여쭤봤더니, 그건 교수에게 물어보지 말고 학생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일부 대학에서는 취업률 제고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대부분은 아직도 취업지원에 인력과 예산을 배정하는 데 인색하다.

셋째, 노동시장 제도와 관행 역시 청년취업에 우호적이지 않다. 진영논리에 갇혀 30년 전의 틀에 아직도 지배받는 곳이 우리 노동분야다. 반면 노동운동의 원조 격인 유럽에서는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예컨대 스웨덴 금속노조는 독일 금속노조를 연대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으로 여긴다고 한다. 많은 나라에서 사회공동체의 기반을 제공해 온 조합주의(corporatism)는 이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회 구성원이 합심해 노력하는 소위 '경쟁적 조합주의' 색채를 점점 더 강하게 띠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 가운데에서도 꿋꿋이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 네덜란드, 핀란드 같은 나라가 그런 예다.

한시바삐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소매를 걷어붙여야 한다. 첫째, 시장원리에 따라 부실기업들이 인수.합병.정리되고, 그 자리를 더 건강한 기업들이 차지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업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구조조정을 미루거나 막는 것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이 절대 아님을 인식하고, 각종 생계·전직 지원을 통해 고통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성장과 고용은 이 과정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산업수요와 대학 교육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특히 취업률이 50%를 밑도는 예체능(41%), 인문(46%), 교육(49%) 계열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교양과목으로서 인문학 교육을 강화함으로써 평생에 걸쳐 급격한 기술변화와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또 대학은 학생들이 미리미리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취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노동시장 전반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전문가들이 합심해 상생의 노사문화를 구축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 청년일자리 문제의 열쇠는 어느 한두 사람이 쥐고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희생해야 우리 청년들의 앞날이 조금이나마 밝아질 수 있을 것이다.

고영선 고용노동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