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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몸가짐이 사람을 맹가노니'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0 16:58

수정 2015.07.20 16:58

[fn논단] '몸가짐이 사람을 맹가노니'

최근에 히트한 영화 '킹스맨'을 보면, 해리(콜린 퍼스 분)가 에그시(태론 에거튼 분)를 위협하는 동네 불량배들을 순식간에 처리하기 전에 중세식 영어인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yth man)"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위 대사는 영국 옥스퍼드 윈체스터 칼리지의 문장(紋章) 모토로도 알려져 있는데 칼리지 홈페이지 설명자료에 의하면, 모토의 기원은 불명확하기는 하지만 칼리지의 설립자인 위켐의 윌리엄(William of Wykeham)이 만들었고, 당시 매너(Manners)라는 표현은 현재 쓰이는 뜻과 약간 달리 그가 받은 교육과 이에 따른 행동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유형, 자질을 뜻한다고 되어 있다.

당시 철저한 계급사회인 중세 영국 사회에서 라틴어로만 쓰이던 문장에 그것도 영어표기로 교육과 그에 따른 행동거지를 따라 사람이 구별될 수 있다고 하니 나름 파격적이고도 상징적인 모토였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거나 위 말은 교양이나 예절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준다는 뜻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 동안 한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든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판결은 그의 행위가 동료 직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배려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하고 있는데, 위 사건은 직원을 동등한 동료가 아닌 하인 내지 아랫사람으로 보는 일부 재벌 2, 3세의 관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다. 예의와 배려심의 부족이 비단 몇몇 재벌가의 문제일까. 어느 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 주민의 거듭된 폭언을 이기지 못하고 분신을 하여 사망에 이르렀고, '경비원 주제에 왜 쳐다보느냐'며 주민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코뼈가 주저앉은 사건도 있었다.
그뿐이랴. 서울시 상담전화인 다산콜센터에는 버스가 안 온다며 1분마다 전화해 욕설을 하고 만취해 술주정을 내뱉거나 노골적인 성희롱 발언을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노래를 부르고 오디션에 합격할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이른바 감정노동자라 불리는 이들에 대한 폭언, 폭행 및 과도한 갑질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고 극단적인 몇몇 사건만이 이슈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땅콩회항 사건에 대한 기사들이 한참 올라왔을 때 관련 기사에 대한 댓글 중 '갑질하는 재벌 3세는 바로 우리들이다'라는 글이 매우 반향을 일으킨 바 있고 경비원, 웨이터나 호텔종업원을 대하는 태도로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는 글 또한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재벌가의 자제들을 경영자적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우연한 핏줄이나 집안 배경, 일률적인 외국 유학이라는 스펙도 아니고 그 권위 또한 직원을 하대하거나 윽박지르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보다 약하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서로 '어엿비'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될 것이고 우리네 보통사람들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훈민정음 서문의 글귀를 빌려 위 모토를 우리 중세 한글식으로 표현하면 '몸가짐은 사람을 맹가노니'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이 모토가 우리 사회로 하여금 서로 '사맛게'(통하게) 하는 평범한 진리라고 생각된다.

이성우 법무법인 중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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