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더불어 사는 한국, 함께 만드는 기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0 16:58

수정 2015.07.21 07:47


[특별기고] 더불어 사는 한국, 함께 만드는 기적


수년 전 한 지방의 검찰청에 근무할 때 살인사건 피해자 가족이 이사 가는 곳에 가 도배 일을 도운 적이 있다. 불의의 범죄로 가족을 잃은 유족은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와 각종 질환에 시달려 일하기가 어렵게 돼 가세가 기울고 생업활동 중단으로 당장 먹고살 걱정부터 해야 했기에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마련해준 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범죄피해를 당한 것도 억울하기 짝이 없는데 그 후 악화된 상황이 가족 구성원 모두의 고통을 배가시켰고 거기서 헤어나기도 어려워 보여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안타까운 마음에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해당 피해자 가족을 전담할 주임위원을 정해 체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다행히 많은 사람이 공감해 유족은 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자치단체, 병원 등으로부터 종합적인 지원을 받아 생계비, 치료비, 학비 등 시급했던 고민 중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다.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국가가 형벌권과 소추권을 갖고 범죄가 빚어낸 왜곡 상태를 재빨리 시정하는 데 초점을 두고 오랜 기간 범죄의 진상 규명과 범죄혐의자의 인권 보호에 집중해 왔다. 그러다보니 범죄피해자에게 관심을 둘 여력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범죄혐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절차가 완비됐고 수사관행도 상당히 선진화됐다.

범죄로 왜곡된 피해자의 억울한 삶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2005년 범죄피해자보호법이 제정됐고 이후 전국 각 검찰청을 통해 범죄피해자에게 피해구조금, 치료비, 긴급생계비, 심리치료비 등을 신속히 지급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수사기관이 모든 범죄피해자에게 다양한 권리와 지원제도를 세세히 알려주는 '범죄피해자 권리 고지' 제도가 전격 시행됐다. 소위 '범죄피해자에 대한 미란다 원칙'이 보장된 것이다. 범죄피해자들이 각종 지원방안에 대한 정보를 얻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 약자와 서민의 법률복지를 책임지는 '법률홈닥터' '마을변호사' 제도도 이제 막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범죄피해자 보호제도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눈에 띄는 발전을 해 온 것과 같이 두 제도의 10주년도 기대된다. '마을변호사 제도'가 변호사들의 자발적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법률홈닥터'들이 사회취약계층을 직접 찾아가 생활을 돌보는 모습들이 두 제도의 발전과 법률복지 확산을 더 크게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아가다 자칫 상처를 입게 되면 누구라도 나서서 잡아주고 일으켜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국가기관과 사회로부터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들이 드문 감동 스토리로 회자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상시적으로 제공되는 제도로 정착돼야 하고, 이것이 우리 국가와 사회의 존재 이유라는 인식이 공유돼야 한다.

국민이 이런 기대와 믿음을 갖고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사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공유되길 기대한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세계에 유례없는 기적을 다시 한번 만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주현 법무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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