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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역이(逆耳)와 순이(順耳)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1 17:04

수정 2015.07.21 17:04

[여의나루] 역이(逆耳)와 순이(順耳)

대통령의 작심한 야단 한마디에 여당 원내대표가 물러나고야 말았다. 이유가 무엇이었든 간에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여론이 우세하고, 정작 그만둔 원내대표의 인기는 하루아침에 하늘로 치솟았다. 그동안의 정치에 대한 깊은 속사정은 속속들이 알 수 없지만 국민에게는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생각의 다름"을 말할 줄 아는 정치인 한 명이 떠나간 것이고, 권력의 힘에 줄을 서는 보통의 정치인들만 남아 있는 모양새로 비친 것이다. 앞으로의 정국에 부담으로 작용할지, 국정 운영이 더 원활해져 우리들 삶이 나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치에는 문외한이고 별 관심도 없는 필자가 굳이 최근 정가에서 일어난 일을 꺼내는 이유는 정치 얘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우리들의 사회생활을 뒤돌아보면 리더를 모시고 일해 오기도 했고, 리더로서 조직과 부하들을 이끌기도 했다.
그래서 작금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다 보니 우리가 바라는 리더상이 무엇인지 또 존경받는 리더는 어떠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해서다. 좋은 리더를 규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나 여기서는 두 가지만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아랫사람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혼(?)내주는 방식이다. 아랫사람이 승복하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국내의 한 연구소에서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의 야단치는 방식을 발표한 적이 있어 소개한다. 야단을 적립하지 말라. 사람이 아니라 잘못한 행동에 초점을 맞추라.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하다, 얼굴을 마주하고 야단을 쳐라. 마지막으로 야단을 마무리하는 사후조치를 반드시 하라는 5가지 원칙이 있단다. 이 다섯 가지 중 필자가 특히 공감이 가는 것은 불편한 감정을 쌓았다가 한꺼번에 폭발시키지 말라는 말과 다른 사람을 빗대서 간접적으로 야단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었다. 아랫사람이 승복해야만 야단은 효과가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역이(逆耳)와 순이(順耳) 문제다. 능력 있는 사람을 아랫사람으로 쓰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일 게다. 허나 모든 사람이 모든 일에 자기하고 생각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능력은 있으되 가끔 내 귀를 거슬리게 하는 사람과 내 귀에 거슬리지는 않으나 다소 능력이 부족한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는 문제가 언제나 우리들 앞에 놓이게 된다. 훌륭한 리더의 선택이 무엇인지 답은 뻔하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그 선택이 녹록지 않다. 전자를 선택하면 다소간 마음이 언짢은 일은 생길지 모르지만 성공할 확률이 높고, 후자를 선택하면 주위에 예스맨만 남게 되고 결국 리더는 오만해져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2년 전으로 기억한다. 대통령께서 중국을 방문하면서 '방중 슬로건'으로 삼은 사자성어가 생각이 난다. 바로 심신지려(心身之旅)다. 이번 중국 방문이 상대방의 마음과 믿음을 얻고자 부단히 노력하는 여정임을 표현했다고 한다. 상대방의 마음과 믿음을 얻기 위한 출발점은 무엇일까. 바로 상대방의 말을 존중해서 잘 듣는 것, 즉 경청이 출발점이라고들 한다.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귀를 기울여 들어야만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고, 그래야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 박사도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화 습관에 가장 뚜렷한 차이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경청하는 습관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가 생각건대 우리 모두 소통이 부족하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니 소통이 될 리가 있겠는가. 상대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옛말이 새삼 생각이 난다.

정의동 전 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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