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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면세점·홈쇼핑 사업자, 소비자 판단에 맡겨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3 16:55

수정 2015.07.23 16:55

[이성구의 소비자경제] 면세점·홈쇼핑 사업자, 소비자 판단에 맡겨라

얼마 전 7개 재벌계열 기업이 신청한 서울 시내 2개 대기업 면세점 허가 결과가 밝혀지면서 관련업계의 희비가 갈렸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누가 웃고 누가 안심했으며, 어느 그룹의 합동전략이 통했고, 어느 그룹은 총수의 불호령이 났다. 어느 그룹 주가가 며칠 사이 폭등했다." 등등이 더 화제가 되었고, 정작 면세점 수가 많거나 아무나 하면 무슨 문제(예컨대 소비자피해)가 있어 소수의 특정 사업자만 허가하는 것인지에 대한 비판은 적었다.

공항청사 입점이라면 면적의 제한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서울 시내 면세점 수를 정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다수 면세점 간 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면세점이 좋은 면세점일 것인데 관세청이 시장과 소비자의 선택을 대신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소수 고급 면세점만 허가해야 외국 관광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할 것이라거나 면세점 간 경쟁을 제한해 외국 관광객에게 비싸게 팔아 수익을 올릴 생각이라면 어리석기 그지없다.
경쟁을 해야 서비스도 향상될 것이고, 한국 면세점은 비싸다고 소문이 나면 외국 관광객이 바보가 아닌 이상 쇼핑을 꺼리게 될 것이니 관광산업에도 피해를 주게 될 것이다.

비단 면세점만이 아니다. TV홈쇼핑 사업자도 정부(미래창조과학부)가 정한다. 그러나 누가 TV홈쇼핑을 잘할지는 소비자가 판단해 선택할 일이다. TV 채널 수가 한정되었던 아날로그 케이블TV 시절에 홈쇼핑채널을 할당하고 사업자를 선정하던 구시대적 제도를 미래부가 답습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라 가용 TV 채널 수가 거의 무한하게 늘어났고 인터넷TV(IPTV) 등장으로 인터넷과 TV의 구분조차 어려워지는데, 몇 개 채널을 TV홈쇼핑에 할당하고 누가 사업을 할 것인지를 미래를 창조한다는 부서에서 정하고 있다. 며칠 전 제7홈쇼핑이 개국했다. 올해 초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1개 채널을 배정한 것인데 그런 대단한 뜻이라면 왜 2~3개 채널은 허용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기업들이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앞서 사운을 걸고 관세청장이나 미래부 장관에게 선택되기 위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몇 년이니 하며 비판했던 일본조차도 시내 면세점이나 TV쇼핑 사업자를 정부가 고르지는 않는다. 정부는 비장하게 규제개혁을 외치기 전에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돌려주는 일부터 해야 한다. 차라리 사업권을 경매로 팔았다면 수천억원 세수를 늘리고 대기업 특혜 시비를 막았을 것이다. 작은 것도 찾아내 비판하는 야권이나 진보진영이 이런 일에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얼마 전 대통령은 4대개혁 추진을 강조하며 장관들을 다그쳤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개혁이란 말을 내세워 자기들 하고 싶은 일만을 하려 한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대통령께서 직접 끝장토론까지 주재했던 규제개혁이나 4대개혁도 위로부터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우선 정부가 가진 것을 시장과 소비자에게 맡기는 일부터 시작하고 소비자의 힘을 활용해 추진동력을 확장하는 일에 눈을 돌려야 한다.

yis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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