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엄마'를 이기는 '아이'는 없다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3 16:55

수정 2015.07.23 16:55

[데스크 칼럼] '엄마'를 이기는 '아이'는 없다

아내와 아들이 저녁이면 가끔씩 옥신각신한다. 아내는 아이에게 내일 수업에 대비해 수학 과목 예습을 하고, 책가방을 챙긴 후 양치질을 하라고 다그친다. 아이는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아내의 지적에 짜증을 낸다. 아내는 곧바로 수긍하지 않는 아들을 향해 레이저 눈빛을 쏜다. 아이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하느냐"고 대들곤 한다. 아이는 "제발 한 번만 말씀하시라고요"라고 한마디 덧붙인다.
모두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내는 "한 번에 말을 들었으면 이런 일이 없잖아. 그냥 '예' 하고 하면 안 돼?"라고 더 크게 다그친다. 아이는 엄마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는지 결국 "알았다고요"라며 책상에 앉아 억지로 책을 펼친다. 표정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한 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한번 금융개혁을 주문했다. 그는 "금융이 담보나 보증 위주의 낡은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실물경제 발전을 제대로 지원하고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거듭나야…"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감독 개선, 기술금융 정착, 핀테크 활성화 등 다방면에서 금융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은 금융개혁을 왜 하는지 체감도가 낮다"고 꼬집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은 물론 금융권을 동시에 질책한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기술금융 현장 확산, 모험자본 시장 육성, 보수적 금융문화 혁신 등 금융혁신 실천계획을 내놨지만 신통치 않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을 강조한 이후 금융권 대출 규모가 25조원까지 급증했지만 기술과는 거리가 먼 대출이 많았거나 기존 대출을 기술신용대출로 바꾸는 등 기술금융 시늉에 그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금융개혁은 자금조달 중개 기능을 통해 중소기술기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금융권 보신주의'를 질타했다. 그는 1년 전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금융권 직원들의 의식 때문에 리스크가 있는 대출이나 투자를 기피하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언제나처럼 질타와 개혁 대상에서 금융권이 빠지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수차례 개혁안과 실천계획을 내놓는다. 금융업이 늘 질타의 대상이 된 것은 많은 이유를 떠나 규제산업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산업이 금융과 자본시장이다.

그래서일까. 주문이 너무 많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표현으로 금융을 윽박지른다. 외환위기와 신용카드 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저축은행 사태,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었던 금융권이다. 가계대출을 늘렸더니 이젠 깐깐하게 대출해주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술이 있는 기업에는 돈을 주라 한다. 가계는 막고, 기업 대출만 늘리면 '무늬만 기업대출'이 늘어나지는 않을까.

금융은 철저하게 시장 논리에 맡기면 된다. 그리고 규제를 풀고, 서로 경쟁하게 하면 된다. 경쟁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다. 금융권은 "제발 그냥 좀 지켜봐 주세요"라고 외치고 싶어한다.

단단히 마음 먹은, 강단 있는 '엄마'를 이기는 '아이'는 없다. 생존의 법칙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은 체념하고 푸념하며 엄마 말을 따른다. 하지만 그렇게 자라는 아이는 자립심이 부족해질지 모른다.
알아서 스스로 할 때가 가장 이상적이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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