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한민국의 빛과 소금, 공복들] (64) 행정자치부 지방규제혁신과 공무원들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29 18:06

수정 2015.07.29 18:06

톱니바퀴처럼 얽힌 규제 하나씩 풀릴때마다 엄청난 나비효과
제보 받고 지방 달려갔는데 사소한 민원일때 허탈하죠
해변 철책선 하나 철거하기 위해 국방부 설득만 6개월 마라톤 협상은 기본

지방규제혁신과는?
규제개혁 진두지휘하는 사령탑 현재 등록규제 9913건 없애 규제발굴은 물론 해결방법 등 규제개혁 밑그림 그리는 사람들

규제개혁 '나비효과'
지방규제라고 얕잡아 보면 오산 규제 하나 없앨때마다 나비효과 작년 울산 중수도 규제 완화는 전국 141곳 기업에 동일한 효과

모든 행정력의 집합
규제 하나 없애는 데 보통 석달 국방부 관련 규제는 암벽 같아 협상테이블 만드는 것도 쉽잖아.. 지방 출장 많아 '떠돌이생활'

최근 전북 남원에서 열린 지방규제개혁토론회에서 행정자치부 지방규제혁신과 김광휘 과장(맨 오른쪽)이 산악열차 설립 타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최근 전북 남원에서 열린 지방규제개혁토론회에서 행정자치부 지방규제혁신과 김광휘 과장(맨 오른쪽)이 산악열차 설립 타당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강원 고성군. 화진포 해수욕장을 비롯해 아름다운 해변이 즐비한 곳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군 철책선이 해안가를 점령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금강산관광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고성군 지역은 변변한 인프라 시설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올 초 겨울에 폭설로 무너져내린 시외버스터미널을 보수도 하지 않은 채 임시 가건물을 지어 사용할 정도로 지역경제의 형편은 말이 아니었다. 여기에 군 철책선이 버티고 있는 이상 지역경제 활성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군 철책선 일부 구간이 단계적으로 철거돼 새로운 희망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군 철책선은 삼척부터 고성까지 6개 시·군 해안선 426㎞에 걸쳐 길게 뻗어 있었다. 이 중 26개소 14.7㎞ 구간이 다음달부터 내년까지 단계적으로 철거된다. 지방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돼 부분적으로 철거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고성군청 관계자는 "이 철책이 철거되면 화진포해수욕장은 물론, 화진포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회복시키고 관광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방규제개혁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방규제개혁 작업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총 9913건의 등록 규제를 감축했다. 행정자치부 지방규제혁신과는 이 모든 규제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이다. 지난 10일 전북 남원에서 열린 지방규제개혁 대토론회장에서 만난 행정자치부 김광휘 지방규제혁신과장은 "지방규제개혁 작업은 종합행정의 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지방규제개혁을 이끄는 주무부서의 총책임자다. 총 10명으로 구성된 '지방규제개혁과'는 지난해부터 국정핵심과제 중 하나인 지방규제개혁을 위해 전국을 돌며 규제 발굴 사례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까지 모든 지방규제개혁의 밑그림을 그린다.

■팀원들이 경쟁력…고도의 행정력 수반

토론회가 열리기 전날 규제혁신과 박용식 팀장과 강석탁 계장 등 관련 팀원들은 현장에 먼저 도착해 행사 준비와 토론회 안건에 대한 막바지 점검 작업을 벌였다. 이들의 규제개혁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몹시 궁금해졌다. 사실 지방규제혁신과 전체는 부처 내에서 지방규제개혁을 이끄는 전사들로 불린다. 박 팀장은 규제개혁의 베테랑으로 규제총괄 기능을 담당하며 '현장에 강한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가졌다. 강 계장은 규제사례 발굴을 위해 전국을 마다하지 않고 다닌다. 1회 출장 시 3박4일 또는 4박5일은 예사다. 다양한 이력을 가진 부원들은 규제개혁의 필수요건인 기획력, 분석력, 현장감, 교섭력, 홍보 등 전방위 행정에 능해야 한다. 1~2개 능력이 부족해도 부서 전체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진다.

출장으로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보통 하루짜리 출장이 길게는 일주일까지 걸리는 일도 예사다. 여기까지는 업무속성상 이해할 만하다. 문제는 출장의 궁극적 목적인 규제발굴 사례가 있느냐다. 지자체들로부터 규제개혁 사례를 접수하고 막상 현장에 가더라도 서류와 현장은 늘 다르기 마련이다.

"규제 대상인 줄 알고 해당 현장에 갔다가 사소한 민원규제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가 가장 허탈합니다. 그때는 눈앞이 막막하죠. 현장에 내려온 이상 규제발굴 사례를 직접 찾아야 합니다."

강 계장은 3~4명의 팀원과 한 팀을 이뤄 그때부터 해당 지역의 규제발굴 사례를 뒤진다. 규제개혁 사례를 찾는 일이 가장 고된 일이라며 그는 애써 웃으며 말한다

■'매의 눈'으로 현장을 보다

규제발굴 작업은 어찌 보면 모래사장에서 진주를 캐내는 작업과 유사하다.

지역의 관계자들을 만나 고충도 듣고 직접 현장에 가서 눈으로 보고 문제점을 파악해 규제발굴 사례를 만드는 것은 그만큼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의식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다. '매의 눈'과 '장인정신'이 없으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를 규제개혁 대상이 레이더망에 포착되기는 힘들다. 1차 발굴에서 나온 규제개혁 사례들은 다시 2차 현장조사를 거쳐 본격적인 규제개혁 옥석 가리기 작업이 시작된다. 민원규제인지 규제개혁 대상에 적합한지를 따지는 후속작업은 등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다.

김 과장은 여기서 나온 최종 개혁 사례를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규제개혁 1건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크기 때문이다. 전국의 유사한 사례에 미칠 영향을 감안할 때 그렇다는 말이다. 가령 지난해 경남 울산 지역의 중수도 규제 완화는 전국 141개 유사 기업에 동일한 규제완화 효과를 불러왔다. 규제 1건을 풀 때 그 효과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규제에 얽힌 온갖 법령을 뜯어보고 문제점이 무엇인지 따져야 하는 고달픈 작업이 그들을 짓누르기 마련이다. 더 큰 문제는 규제를 푸는 대안과 방법의 도출이다. 여기까지 마련돼야 정식으로 지방규제개혁 대상 목록에 오르고 본격적인 해결 방법을 위한 협조체제가 가동된다. 그는 "규제개혁 착수부터 해결까지 보통 3개월 정도 걸립니다 또 여기서 발굴된 규제건은 해당 부처에 통보해 타부처 법령해석과 유권해석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된 토론회 안건이 만들어지고 타부처와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온갖 타부처 법령이 하나의 규제에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이를 일일이 파악하고 대안을 찾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강원도 지역의 숙원사업인 군 철책선 철거 작업이 대표적인 규제발굴 사례로 평가받는 것도 그래서다.

전북 남원 지리산 정영치 정상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전북 남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악관광 열차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전북 남원 지리산 정영치 정상에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앞줄 왼쪽 두번째)이 전북 남원시 공무원들로부터 산악관광 열차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있다.


■행정력의 총화…'설득과 조정'의 마술

국방부, 해당 군부대와 이 문제를 협상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암벽과 마주한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방과 외교는 당초 규제개혁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접촉도 안했던 국방부와 해당 군부대 관계자들을 수차례 접촉한 후 협상의 테이블을 만들 수 있었고 6개월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 끝에 부분 철거라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종섭 장관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무회의 등 접촉할 기회가 생길 때마다 협조요청을 하는 등 부처 전체의 전방위적 협조체제가 난관을 뚫은 보이지 않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박 팀장은 "성공한 지방규제개혁 사례 1건을 만드는 데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협조가 없이는 성사되지 않습니다. 1건의 사례라고 별것 아니라고 여기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1건의 사례가 전국의 유사한 규제 수백개를 해소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건수가 중요하지는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토론회가 열리기 전북 남원지역의 규제 사례인 지리산 '정영치' 산악관광열차 사업 추진 현장을 찾았다. 꼬불꼬불한 지리산길을 계속 오르고 보니 정영치 정상부근 저 너머에 희미하게 천왕봉이 보였다. 자연보존구역인 이 지역에 어떻게 산악열차를 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이건 규제개혁 대상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더러 보였다. 그런데 남원시 측의 얘기는 기존 도로 위에 철도를 까는 작업이어서 자연환경 훼손 등의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 문제는 이날 오후에 열린 토론회에서도 쟁점으로 부상했다. 낙후된 전남지역의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절박함과 자연보호를 놓고 열띤 설전이 오갔다. 키를 쥐고 있는 환경부의 완고함도 여전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자부 및 지자체 공무원들의 끈질긴 설득작업도 이어지는 등 인상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규제개혁에 종합행정력이 왜 필요한지가 현장에서 뚝뚝 묻어났다.
부처 간 의견 차이와 상이한 해석, 지역의 입장, 경제적 효과 등 규제개혁을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총체적인 행정조정의 문제는 늘 대두된다. 지방규제개혁 작업이 '경제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이유도 이런 이유다.
앞으로 지방규제개혁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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