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 칼럼] 그가 하우스푸어가 된 사연은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30 17:33

수정 2015.07.30 17:33

"내가 하우스푸어가 될 줄은 몰랐지. 집사람이 '당신, 건설업계에 근무하는 거 맞냐'며 계속 비아냥거리더라고. 결국 그것 때문에 또 한바탕 큰소리가 났지."

한 3~4년 전쯤 됐을까. 평소 잘 알고 지내던 건설업계 간부직원 A씨가 자신이 하우스푸어가 된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내용은 이랬다. 경기 고양시에 살던 A씨가 지난 2007년 말 경기 파주에서 한 업체가 분양한 아파트를 분양받은 게 화근이었다. 10여년 동안 살던 고양시의 아파트가 입주한 지 오래된 데다 면적도 넓지 않아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자 매수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머뭇거린 끝에 집값이 가장 고점일 때 상투를 잡은 것이었다.

"원래는 파주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한 게 아니었지.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입지가 좋다는 곳은 번번이 청약에서 떨어지니까 마음이 초조해지더라고. 그러다보니 판단이 흐려져 외곽으로 나간 거지 뭐. 그게 패착인 줄 몰랐어"라며 한숨을 지었다.

A씨는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수년간 집값이 곤두박질쳐 고양시의 아파트를 처분하지 못해 파주에 장만한 새 아파트에 입주하지도 못하고 대출이자에 허덕인 끝에 결국 큰 손해를 보고 되팔았다.
수년 동안 낸 금융이자까지 생각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주택시장 상승기에 구입 시기를 놓친 것이 첫번째 실수였고, 침체기를 예상하지 못하고 오르는 집값에 떠밀려 비인기 지역으로 이동한 게 치명적이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고 했던가. 지난 2006년 거침없이 치솟던 부동산 시장은 A씨 같은 많은 사람을 '골짜기'로 밀어넣었다. 그러나 요즘 주택시장 흐름을 보면 과거 2006년과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신규 분양시장은 더욱 그렇다. 위례, 미사강변, 광교, 동탄2 등 수도권 인기 신도시는 1순위 청약에서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게 이제 일상화됐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 가까운 데다 교통여건도 좋아진다는 점에서 일견 이해가 가지만 문제는 수도권 외곽에서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인근에 위치한 인기 지역보다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워 개발호재나 교통여건 개선 등을 들며 마케팅을 벌이면서 수요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는 상승기가 끝나면 새로운 수요자를 찾지 못해 나중에 큰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주택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경우 주택 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이미 평균 70%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전세난에 잦은 이사에 지친 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 등을 구입하면서 올 초부터 빌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그러나 빌라는 환금성이 가장 떨어지는 상품이라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침체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주택시장은 상승장이라는 데 전문가들도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완화 정책이 유지되고 있고 사상 초유의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내집마련 수요자나 갈아타기 수요자에게 두번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그러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집값에 떠밀려 이성을 잃는다면 또다시 8년 전의 잘못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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