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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학에 듣는다] 전쟁광들에게 '노'라고 말하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31 17:28

수정 2015.07.31 17:28

[세계 석학에 듣는다] 전쟁광들에게 '노'라고 말하자

이란 핵협상 타결을 전쟁광들은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전쟁광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부분 미국인들은 국가의 항구적인 안보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보이는 것과 달리 선출된 정치인들이 아닌 중앙정보국(CIA)과 국방부(펜타곤)이다. 이는 대외정책 과제 해결수단을 외교가 아닌 무력으로 치우치게 만든다.

1947년 CIA 창설 이후 미국은 반은 은밀하게, 또 반은 공공연하게 외국 정부 전복정책을 취해왔다.
CIA는 지금껏 전 세계 곳곳에서 어떤 타당성도 없이 수많은 정부를 전복해왔다.

1961년 대통령 당선 뒤 케네디는 CIA로부터 피델 카스트로 전복계획을 '통보'받았다. 케네디는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었다. 그는 CIA의 쿠바 침공 계획을 승인해야 했을까, 아니면 거부해야 했을까. 오싹한 게임을 처음 접한 이로서 케네디는 두 가지 모두를 시도하기로 했다. 계획을 추진하도록 하되 공중지원은 없었다. CIA 주도의 피그만 침공은 잡다한 쿠바 난민들로 구성된 그룹이 실행했다. 군사적으로는 실패였고, 외교적으로는 재앙이었다. 이듬해 쿠바 미사일 위기도 불렀다. 미사일 위기 기간 대부분 고위 안보관료들은 대통령에게 소련에 대한 군사작전을 취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핵 멸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다분했다. 케네디는 전쟁광들을 배척했고, 외교를 통해 위기를 헤쳐나갔다.

1963년 케네디는 군과 CIA의 조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해 케네디는 소련과 '제한적핵실험금지조약(LTBT)'을 타결 짓기 위해 끊임없이, 또 솜씨 있게 외교를 활용했다.

미국인들은 케네디의 전쟁광 배척을 열렬히 지지했다. 그러나 조약 타결 석달 뒤 케네디는 암살됐다. 역사의 렌즈로 볼 때 미 대통령의 주임무는 영원한 전쟁기계에 대항하기 충분할 정도로 성숙하고 현명해지는 것이다. 케네디는 그렇게 하려 했다. 그러나 후계자인 린든 존슨은 그러지 않았고, 결국 베트남 재앙을 불렀다. 지미 카터는 노력했지만 (로널드) 레이건은 안 그랬다(레이건의 CIA는 1980년대 중미의 걷잡을 수 없는 살상을 도왔다). 클린턴은 (발칸반도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하려 했지만, 조지 W 부시는 그러지 않았고 새 전쟁들과 혼란을 만들어냈다.

전반적으로 오바마는 전쟁광들을 억제하려 하지만 종종 이들에게 굴복하곤 해왔다. 무기화된 드론에 대한 의존뿐만 아니라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기타 여러 곳에서 은밀한 전쟁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진정으로 종식시키지 못했다. 지상군을 드론과 공습, '민간' 용역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이란 핵타결은 분명 그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자 역사적 이정표로 전적인 지지를 받을 만하다. 이란과 평화를 이루는 것은 케네디가 1963년 소련과 평화를 이뤄낸 것처럼 어려운 일이다.

이제 전쟁광들은 빈 합의를 무위로 돌리려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역 패권을 놓고, 또 수니파·시아파 간 지정학적 경쟁 속에 이란과 격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동의 유일 핵무장국인 이스라엘은 전략적인 핵 독점을 유지하려 한다. 미국과 세계의 진정한 이익은 이란과 지속적인 갈등이 아니라 평화에 있다는 오바마의 생각은 정확하다. 미국은 시아파·수니파 갈등에서 어떤 파당도 없고, 만약 있다면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테러리즘이 아닌 사우디가 자금줄인 수니파 테러리즘과 주로 대결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통해 이제 이란이 핵무장국이 될 가능성은 줄었다는 오바마의 관점 역시 옳다.


이를 담보하는 최선의 방안은 관계를 정상화하고 경제회복을 지원하며, 이란이 국제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란은 위대한 고대문명 국가다.
이란의 비즈니스, 관광, 예술, 스포츠를 개방하는 것은 세계 안정과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연구소 소장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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