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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의 불편한 진실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31 17:28

수정 2015.07.31 17:28

[여의도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의 불편한 진실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시계'에 맞춰 선거제도 개편 논의로 시끄럽다. 특히 '공천 룰'은 여의도 재입성을 준비하는 현역 국회의원이나 금배지의 부푼 꿈을 안고 있는 출마 예비 후보군에겐 지상 과제다. 여야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라는 명제에는 같은 생각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여당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명분에 이미 당론까지 정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청와대, 여당, 정치 신인들의 '체감지수'는 확연히 다르다. 청와대로선 상향식 공천제라는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토를 달긴 힘들지만 당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의 '불편한 진실'이 녹아있다는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기존처럼 책임당원의 영향력이 위력을 발휘하는 경선체제가 아니라 일반 유권자가 선출권을 가진 완전국민경선제라면 외부 변수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대놓고 공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과거 공천심사위원회 같은 공천 룰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위원장인 사무총장 등을 통해 얼마든지 청와대의 '의중'을 공천 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

여당 수뇌부의 이 같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역이나 도전장을 내민 예비 후보군들의 움직임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현역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지역구에 내려가 내년 총선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에 여념이 없다. 아예 1년 전부터 보좌진까지 지역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책임당원 모집을 비롯한 지역구 다지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들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그저 정치적 구두선에 불과할 뿐 결국 '여론조사+당원투표'의 비율만 조정되는 기존 경선구도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복잡다기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공천 룰을 오픈프라이머리로 확정짓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대방의 '역선택'을 의심하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은 변죽만 울리는 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권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현역 기득권 지키기'라는 입장이다. 총선까지 불과 8개월가량 남은 상황에서 일반 유권자에게 오롯이 후보 선출권을 맡긴다면 그나마 이름 석자가 알려진 현역 의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권은 구체적 방법론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오픈프라이머리의 취지만 강조하면서 명분 알리기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야권도 여당에 이슈 선점을 빼앗긴 게 억울하기라도 한 듯 현역 기득권 보호라는 공세만 취할 뿐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권은 여론의 뭇매를 맡아가며 의원정수 확대를 공개 제안한 야권에 '세 불리기'를 위한 정치적 꼼수라며 힐난한다. 마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의 속내를 들키기라도 한 듯 역공을 취하는 모양새다. 여야가 정작 별 관심 없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지고지순한 명제인 공천 룰을 둘러싼 명분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장으로 발길을 옮겨달라는 간절한 호소 이전에 국민이 당당하게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국민을 위한 세련된' 정치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저 선거 때만 표를 달라고 하다보니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치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본선거에 앞선 예비선거인데 지독한 정치혐오증에 시달리는 일반 유권자에게 선택을 해달라고 읍소하기에는 아직 정치권의 민낯이 부끄럽다. 이런 상황이라면 도입을 해도 투표 참여율이 저조해 대표성 논란이 일 테고 후보 간 일반 유권자를 가장한 조직 동원이라는 폐해까지 우려된다.


정치권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나'라는 항변을 하기 전에 스스로 왜 국민의 정치권 외면이 갈수록 심각해지는지 각자 '오픈'된 마음으로 자성부터 해야 한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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