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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매각 가격 놓고 묘한 신경전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7.31 17:34

수정 2015.07.31 21:27

우선매수권자와 채권단으로 만난 동향 선후배 박삼구-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주도 채권단 매각가격 1조213억 불러 박삼구 회장 희망價의 2배
"싸게 팔면 배임" 명목 높게 부른후 조정 나설듯

금호산업 매각 가격 놓고 묘한 신경전


'일단 높게 부르고 보자(?)'

금호산업 채권단이 우선매수권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한 금호산업 매각가격(1조213억원)이 비현실적으로 높아 '금호산업 매각가격 적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이 이 같은 채권단의 매각가격 결정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향인 박삼구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간 미묘한 갈등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

■'미래에셋의 욕심'(?)

7월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산업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산업 매각 희망가와 박삼구 회장 측이 생각하는 매각가격에 괴리가 있어 금호산업 매각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미래에셋 주도로 채권단이 제시한 금호산업 매각가에서 시장가치에 비해 주당 가격이 높은 데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면서 박 회장 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박 회장은 KDB산업은행.미래에셋.우리은행 등 금호산업 지분 57.6%를 보유한 채권단과의 협상과정 중에서 비공식적으로 6000억원에 금호산업을 인수할 의중을 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박 회장이 바라는 가격은 7월 23일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 협상 가격으로 제시한 총 1조213억원(주당 5만9000원)의 절반 수준이다.


채권단의 경우 7월 15일 운영위원회에서 회계법인이 진행한 실사 결과에 따라 금호산업 주식의 적정가격을 주당 3만1000원으로 제시했다. 여기에다 경영권을 되찾을 수 있는 프리미엄으로 주당 2만8000원을 얹었다.

이 같은 채권단의 매각가격은 채권단 중 최대 지분(8.55%)을 보유한 미래에셋(미래에셋삼호유한회사)의 입김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산업은행이 이번에 채권단 운용위원회 6개사에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제시해달라고 했다"며 "미래에셋만 가격을 1조218억원으로 제시하고 나머지 5개사는 가격제시를 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삼일회계법인과 딜로이트 안진은 금호산업 가치로 5369억원(주당 3만1000원)으로 결정한 바 있으며 시장에서는 매각가로 7000억~8000억원 선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의 희망 매각가가 박 회장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가격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제시한 주당 5만9000원이라는 가격은 현재 금호산업 주가 1만9000원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다. 특히 채권단이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금호산업 매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를 사지 않을 수 없다는 걸 아는 미래에셋의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가격조정 여지 남아

미래에셋을 중심으로 하는 채권단이 예상외의 높은 매각가를 제시한 명분은 충분한 투자금 회수다. 자칫 금호산업이 낮은 가격으로 매각될 경우 채권단 경영진이 '배임 문제'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게 미래에셋 측 논리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서는 향후 매각가를 '깎아줄 가능성'도 남아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미래에셋의 경우 금호산업에 투입했던 원금만큼은 회복해야 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투입된 원금을 먼저 제시해 놓고 '이 가격엔 되지 않더라'라고 한 후에는 낮춰줄 수는 있겠지만 처음부터 낮은 가격에 팔면 배임 문제 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 이날 금호와 채권단 실무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매각가격을 포함한 이슈에 대해 협상을 진행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수시로 실무자들이 만나서 얘길 하고 있지만 협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가 없다"며 "오래갈 수도 있고 당장 다음주에 합의할 수도 있는 등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임광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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