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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家 경영권 분쟁, 본질은 어디가고 '진흙탕 여론전'만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02 16:35

수정 2015.08.02 16:35

롯데 일가의 경영권 다툼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그룹 간의 치열한 여론전도 뜨겁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한·일 양국의 매체를 이용해 '신 회장 흠집내기'로 일관하며 경영권 분쟁보다는 자극적인 홍보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며 상황을 뒤집지 못하고 있다.

2일 롯데그룹및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입국 당시 신 전 부회장은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에게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침묵으로 일관한 채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자신이 주도한 '쿠데타'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취재에 응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이런 행동은 계획된 행동으로 드러났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미리 인터뷰를 진행하고 롯데그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 불리하게 흘러가던 국내 취재진과의 짧은 인터뷰로 수많은 추측을 낳기 보다는, 일본에서 장문의 인터뷰를 진행해 '진실 공방전'으로 구도를 바꿨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입국 후 신 전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신동빈 흠집내기'에 들어갔다. 입국 직후 KBS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하고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직위해제한다는 '신격호 지시서'를 전격 공개했다. 이어 그는 "(신 회장 직위해제는)아버지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며 "무리하게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가 된 것은 아주 유감스럽다"며 신 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지시서는 절차를 무시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이 없다"며 "신 회장을 해임한 것은 판단이 어려운 아버지를 유도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튿날인 7월 31일 신 전 부회장은 녹취록을 통해 신 회장을 자신이 퇴임시켰다고 분명히 말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육성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영권 분쟁'과는 동떨어진 자극적 내용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롯데그룹 측은 다급히 공식 입장을 내고 "차단된 가운데 만들어진 녹취라 그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상법상 원칙을 벗어난 의사결정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방어를 펼쳤다.

2일 신 전 부회장의 '신동빈 흠집내기'는 정점으로 치달았다. S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크게 화를 내고 때리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

이런 신 전 부회장의 여론몰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경영권 분쟁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나, 신 전 회장이 가족 간 개인사까지 들춰내며 '황색 여론전'을 펼치는 모습이 지나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본질과 동떨어진 자극적인 언론 플레이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방어적 태도로만 일관하는 것이 그룹 내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은 7월 31일 직접 롯데쇼핑 기자실로 찾아가 "4년간 그룹 중국사업 적자 누계는 3200억원 수준"이라며 모 매체의 '1조원 적자설'을 반박했으나 이것이 사실로 확인되며 역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신 회장이 일본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언론 보도와 신 전 부회장의 주장에 적절한 대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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